한글날에 즈음해 우리말 글살이를 돕는 책들이 여럿 나와 독자들의 눈길을 끈다.
단순히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훌륭함을 강조하는 방식이 아니라 독자들의 취향을 고려해 읽는 재미를 더하거나 책의 쓰임새에 맞게 '맞춤형'으로 꾸민 책들이어서 더욱 살갑다.
이번에 세 권을 소개하고 다음 호에 다시 세 권을 소개하기로 한다.
◈ 안 써서 사라지는 아름다운 우리말
(남영신 지음ㆍ리수 펴냄ㆍ8800원)
국어문화운동본부 회장인 남영신씨가 쓴 <안 써서 사라지는 아름다운 우리말>은 한자말이나 외래어에 밀려 그 생명을 잃어가는 토박이말들을 들추어 낸 책이다.
우리의 봄산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진달래. 예전에는 이 꽃을 먹을 수 있는 꽃이라 하여 '참꽃'이라 하였다. 그런데 참꽃이 사라지니 개꽃도 사라졌다. 개꽃은 먹을 수 없는 꽃인 철쭉을 이르는 말이다. 이밖에도 오뉴월 버드나무에서 날리는 하얀 솜뭉치인 '버들개지', 호박이나 가지의 첫 열매를 이르는 '꽃다지', '꼴등'의 반대말인 '꽃등'처럼 이제는 낯설어진 곱고 예쁜 우리 토박이말들이 얼마든지 있다.
지은이는 잘못된 말살이에 대한 매서운 나무람의 글과 미처 모르고 저지르기 쉬운 잘못을 바로 잡아주는 도움말을 책 속에 넉넉히 담았다.
◈ 재미나는 우리말 도사리
(장승욱 지음ㆍ하늘연못 펴냄ㆍ15,000원)
장승욱씨의 <재미나는 우리말 도사리>는 4700여개의 우리 토박이말의 뜻과 쓰임새를 재미나게 가르쳐주는 책이다.
2001년 처음 펴낸 바 있는 책의 개정증보판. '도사리'는 익는 도중에 바람이나 병 때문에 떨어진 열매, 또는 못자리에 난 어린 잡풀을 가리키는 순우리말로, 지은이는 다섯 해 넘게 이른 새벽 과원에 나가 이들 도사리들을 줍는 심정으로 순우리말 4,793개의 어휘를 모아 사라져가는 우리말의 본뜻과 속뜻, 이들의 올바른 쓰임을 전하고자 했다.
'뒷바라지' 등에 쓰이는 '바라지'란 말이 원래 햇빛을 받아들이기 위해 바람벽 위에 낸 작은 창을 뜻하는 말로 바라지를 통해 들어오는 햇빛처럼 어려운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일이란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는 등 우리말에 얽힌 이야기를 구수하게 들려준다.
우리 일상과 관련된 의식주, 생활도구, 언어습관, 자연환경, 그리고 사람과 세상살이 속에 깃들여 있는 토박이말의 어휘와 풀이를 '심쌀과 웁쌀' '총각김치와 홀아비김치' '부스러기와 끄트러기' '꽃비와 비꽃' '귓불과 귓밥' 등과 같이 짝을 이루어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다. 이전 책에 비해 어휘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났으며, 판형 또한 좀더 작고 친근해졌다.
◈ 정말 궁금한 우리말 100가지-1
(조항범 지음ㆍ예담 펴냄ㆍ9000원)
충북대 국문과 조항범 교수가 쓴 <정말 궁금한 우리말 100가지 1>은 '딴지', '마누라'처럼 뜻도 모르고 쓰는 우리말, 또는 '사바사바'나 '거시기'처럼 알고 쓰면 더 재미있는 우리말의 이모저모를 흥미롭게 풀어준다. '마누라'는 원래 중세 궁중에서 남녀를 가리지 않고 신분이 높은 사람을 부르는 말인 '마노라'에서 나왔는데 조선조 이후 세속화되어 지금의 의미가 되었다고 한다.
갈매기살, 마누라, 라면, 도루묵, 멍텅구리, 거시기, 꼴통… 말의 본디 뜻도 모르면서 자주 쓰는 우리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 책은 그러한 우리말 말밑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책으로, 잘못된 우리말의 쓰임을 바로잡고 본래의 의미가 굽어지는 것을 챙기자는 뜻에서 만들어 졌다고 한다.
2004년 6월부터 네이버 설문조사를 통해 네티즌들이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는 단어나 관용표현의 어원과 유래를 확인한 후, 그중에서 100가지 우리말을 선정했다. 어원분석은 기존의 어원설 외에 본래의 의미에 근접한 새롭고 참신한 해석을 위주로 했다.
1권은 일상어와 행동을 나타내는 말, 2권은 비속어와 감정을 나타내는 말들이 주로 담겨진다. 2권은 10월 18일에 나올 예정.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