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내가 동화구연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아는 이들은 다 안다.
KBS-TV <여섯시 내 고향>에도 소개가 된 바 있지만, 말하자면 우리는 '부부 이야기꾼'인 것이다.
우리가 이처럼 부부 이야기꾼이 된 것은 순전히 우리 아이들 덕분이다.
큰 아이가 막 말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부터 동화를 들려주기 시작한 것이 그 밑의 아이들에게 이어지다가, 이런 재미있는 일이라면 우리 아이들뿐만 아니라 남의 집 아이들과도 나누어야 되겠다 싶어 집 울타리 밖으로 이야기보따리를 들고 나가게 된 것이다.
처음 우리들의 이야기마당엔 어린 코흘리개들이 올망졸망 모여들더니 나중엔 어른들도 하나 둘 끼어들어 꽤 신명나는 이야기 굿판이 벌어지곤 했다.
나는 오늘의 이 시대를 '육성(肉聲)이 그리운 시대'라고 정의한다.
오늘의 우리 아이들을 사로잡고 있는 전자오락이나 텔레비전의 만화영화들이 들려주는 것은 모두 기계음들이다. 아이들은 학교에 다녀와서도 몇 군데 학원을 순례해야 하고 부모들 또한 뭐가 그리 바쁜지 밖으로만 나돈다.
그러니 부모와 자녀가 자리를 함께하기가 어려울밖에.
불행하게도 우리 사회가 구조적으로 그렇게 만들어져 가고 있다.
전화로 듣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낯설게만 느껴진다는 오늘의 우리 아이들에게 아버지와 어머니의 따뜻한 숨결이 담겨있는 목소리를 자주 자주 들려주어야 하리라.
동화구연가가 어디 따로 있나?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앉으면 아이도 어른도 다 그럴듯한 이야기꾼이 되는 것을…
아버지가 할아버지 목소리로 분위기를 잡고 어머니는 여덟 살짜리 딸아이 목소리로 말하고 아이들은 능청스럽게 엄마 아빠를 흉내 내고…
이런 시간이 가져다주는 재미와 즐거움을 어찌 전자오락이나 컴퓨터게임, 만화영화가 따를 수 있을까?
그런데 이런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는 부모들이 바깥에서의 활동을 다소 제한하고 아이들에게도 시간의 자유를 더 많이 허락해 주어야 할 것이다.
물론, 우리가 밖에서 하는 활동 중에는 매우 가치 있고 중요한 일들도 많이 있으리라. 그러나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어울려 서로 가족간의 사랑을 확인하고 가족의 유대를 강화하는 일은 그 어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일이다.
그것은 바로 우리 가족들의 경험이 말해 준다.
지금은 아이들이 다 자라 저마다 바쁜 일이 많아졌고, 이제는 동화를 듣고 앉아있기 보다는 <체 게바라 평전> 같은 제법 무게 있는 책을 가까이 하는 대학생들이 되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가정에서는 시시 때때로 어른 아이가 함께 둘러 앉아 이야기 잔치를 펼쳤었다. 그러는 가운데 우리 여섯 가족은 날마다 행복했다.
그래, 그것은 어쩌면 우리 가족들의 '행복다지기' 의식이었는지 모를 일이다.
감당하기 어려운 가난으로 마냥 힘겨운 나날이면서도 우리 가족들이 늘 깔깔대며 즐겁게 살아 온 비결이 혹 그 이야기보따리 속에 담겨있었지 않았나 싶다.
육성이 그리운 시대… 우리 아이들의 귓가에 자주 아버지 어머니의 정겨운 목소리가 들리게 하자.
마파람(동화구연가ㆍ행복한 가정 가꾸기 전문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