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렇듯 지하철 가판대에서 신문과 잡지를 구경한다. 이번 주의 한 시사주간지 표지가 낯설다. 정치인이나 기업인의 얼굴을 표지로 쓰던 주간지에 모자와 마스크를 쓴 20대 여성의 얼굴이 보인다. 그 주간지의 표지 문구는 '쾌락의 미래'다.
그렇다. 그녀는 지금 어딜 가나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는 성매매 특별법의 대상자 성매매 여성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 옆에 선명히 찍힌 글 '쾌락' -대한민국의 성매매 여성, 그녀는 쾌락과 성욕의 대상이었다.
며칠 전 한나라당의 김아무개 의원은 "성매매특별법의 시행으로 30세를 전후한 결혼적령시기의 성인 남성들이 성욕을 해결할 방법이 없어졌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국회의원까지 나서 대책마련을 촉구할 만큼 남성들의 성욕은 자제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의 왜곡된 성문화다. 남성의 성욕은 절대 참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성매매가 성범죄를 줄인다는 주장까지 있지만 사실은 성매매가 적은 나라일수록 성범죄 발생률도 적다고 한다. 그러니 사실은 남성들의 성욕은 참을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참을 필요가 없는 환경에 있었다는 것이 더 정답에 가까울 것이다.
기생관광이 외화를 벌어들인다며 이와 관련된 사람들을 가리켜 '여러분이 애국자'라고 했던 박정희 정권 때부터 이 사회는 은근슬쩍 성매매를 묵인해 왔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불법과 인권유린을 모른척했다. 그런 덕에 성매매 특별법 이후로 숙박업소의 호황이 사라져 숙박업소에게 대출한 금융권의 부실이 우려된다는 기사까지 나올 정도로 성매매를 비롯한 유흥업이 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산업의 일종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렇듯 성매매를 통해서 이윤을 얻는 사람이 많았기에 남성들의 성욕은 참을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식욕을 자제 하지 못하면 비만이 되고 비만은 갖은 질병의 원인이 된다. 마찬가지로 자제될 필요 없는 남성들의 성욕으로 인해 현재 우리나라는 가임여성인구의 5%가 성매매 여성이다.
이는 전쟁직후나 기아상태에 가까운 사회에서나 일어나는 현상으로 전혀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이다. 산업이 전혀 발달하지 않아서 생계수단으로 성매매 외에는 수단이 없는 지역에서나 일어나야 할 일들이 어엿한 OECD회원국인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비만은 체중조절이 필요하고 왜곡된 사회구조엔 변혁이 필요하다. 성매매로 인한 인신매매, 감금, 불법채무강요, 인권유린 등을 굳이 논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왜곡된 산업구조를 바로 잡고 신문마다 언론마다 외치는 경제문제, 경제성장을 위해서라도 부가가치를 창출 하는 산업에 인력을 투입하기 위해서라도 성매매의 근절은 필요하다.
그리고 체중조절에 가장 중요한 것이 본인의 의지이듯이 왜곡된 성문화와 성매매 근절을 위해서는 올바른 성의식을 가진 남성들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리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