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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담임 이름을 맛나게 불러 주는 고3 들에게..
사회

담임 이름을 맛나게 불러 주는 고3 들에게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4/10/22 00:00 수정 2004.10.22 00:00

 세월의 빠름을 화살에 비유한다만 고3의 시간은 번개에 비유해도 지나치지 않으리라. 고 3으로 만난지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 수능을 30일도 채 남겨 놓지 않았구나.
 신문과 방송에서 100일, 50일, 30일, 10일전 하면서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그것들이 너희들의 마음을 얼마만큼이나 대변해 줄 수 있을까? 일년을 같이 호흡하며 고3의 삶을 지켜 보아온 교사로서 수능을 앞두고 있는 너희들에게 노파심에 몇 가지 부탁이나 하자.
 제일 먼저 하고픈 말, '아프지 마라-' 아프면 3년 농사 도루묵이다. 몸 상태 조절 잘하고 감기부터 조심할 일이다. 여학생들은 여자로 태어났으니 한 가지 고통을 더 겪게 되는구나. 달거리 통증이 있으면 미리미리 조절 하고 대비하여라. 그리고 조급한 맘 갖지 말자. 뿌린 만큼, 뿌린 대로 거두는 법. 세상에 로또 말고는 예외가 없다. 인생은 한 방 일수가 없으니 자족하는 마음으로 담담히 수능을 보자꾸나. 너무 긴장하지 말고, 긴 호흡 한번하고 자신감을 갖자꾸나. 이제 까지 열심히 땀 흘려 왔으니 그 만큼만 거두게 해달라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시험에 임하자꾸나.
 시험에 대한 얘기를 했으니 정말 하고픈 말을 하자. 대한민국에서 삶은 시험에서 시작하고 시험으로 끝난다고 한다. 하지만 시험이란 공부한 만큼의 결과일 뿐이지 그것이 삶의 전부가 될 수 는 없다. 다시 말하면 공부하는 태도, 공부를 통한 성취감이 우선이지 그 결과가 우선이 아니라는 말이다.
 늘 교실에서 그런 얘기를 나누었던 일이 생각난다. 성장 가능성, 그리고 새로운 일에 대한 자신감, 그것만으로 우리 삶의 절반은 성공한거다. 우린 고등학교 3년을 통해서 그런 일을 경험해 봤잖아. 우리 손으로 꾸민 축제, 우리가 만든 학생회를 통해서 주인이 되는 경험을 했거든. 그래서 이제는 너희들의 꿈을 더 크게 펼칠 수 있는 대학을 가는 한 단계만 앞에 두고 있는 거야. 그래서 우린 더 당당해질 필요가 있어. 우리가 이렇게 자신만만하고 내 삶을 책임 질 준비가 다 되어 있는데 그까짓 수능성적 몇 점으로 대학에서 우릴 거부한다면? 우리의 능력을 알아주지 못하는 대학이 손해지 뭐.
 그렇게 살자. 일부대학에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고교 등급제다 뭐다하고 우리에게 상처를 주었잖아. 우리의 당당한 삶이 그 상처를 치유할 수 있거든, 그래서 우리는 더 신나게 보란 듯이 살수 있거든, 작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그들의 발버둥은 결코 성공 할 수가 없는 게야. 나머지 수험생들의 가슴에서 나오는 당당함이 그걸 무너뜨리는 날이 올테니 말이다. 오랫동안 기억해 뒀다가 되돌려 주면되잖아, 뭘로? 우리청춘의 싱싱함으로, 고난을 이겨낸 사람들의 아름다운 뭉침으로 말이야.
 옹이든 나무가 더 아름다운 법이지. 더불어 사랑하는 삶을 우리가 더 잘 살아갈 수 있잖아.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다'는 어느 시인의 글을 되새겨 본다. 세상이 우리를 참 많이 흔들어 주었지. 통과의례처럼 우리의 고통을 당연시하는 사회를 향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바로 오늘을 잊지 않는 거지. 우리의 모습을 잊지 않고 더 나은 삶을 우리의 2세들에게 물려주는 꿈, 생각만 해도 신나지 않니? 그 꿈을 향해서 앞에 있는 수능쯤이야 간단히 건널 수 있잖아, 최선을 다한 우리들의 진한 땀을 믿어.

수험생 모두,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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