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도록 돕는다. 그랬다. '길도록'도운 사람이 있었다. 그 옛날 중국 송나라에 성질깨나 급한 사람이 있었던 모양이다. 이 사람이 볍씨를 심어 놓고선 싹이 하도 더디 자라기에 조금씩 조금씩 잡아 당겨 빨리 자라도록 도와주었단다. 그러니 결국 싹이 모두 죽을 수밖에...
여기서 유래된 말이 '조장'이다. 어리석기도 하지. 머리카락이 빨리 길지 않는다고 조금씩 잡아 당겨 주랴? 그러다 홀랑 다 빠져 버릴라고? 이렇게 일을 그릇된 방향으로 돕는 것을 두고 '조장'이라고 한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우여곡절을 거치며 남북한 화해무드를 '조장'아닌 '조성'하려 애쓰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그게 못 마땅한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북한의 장사정포 공격을 받으면 보름만에 수도 서울의 방어선이 무너진다고 호들갑을 떨며 국감에서 공포분위기를 '조장'한 사람이 있다.
국방연구원의 열 몇 개나 된다는 가상시나리오. 그중에 주한미군 완전철수, 미증원군 전개차질, 그리고 북한의 성공적 기습이라는 모든 조건이 갖춰져야 그리 된다는 최악중의 최악의 상황, 그래서 가능성도 거의 없다는 경우를 가지고 국감에서 주장하며 공포분위기를 '조장'한 이유가 도대체 뭘까? 더구나 '국가 2급 기밀사항'인 것을 무릅쓰고 말이다.
언론의 주목을 한껏 받아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키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다가올 보궐선거를 대비해 발언한 의원이 소속된 정당의 전략일까? 그 정당이야 예부터 색깔론 가지고 재미봐왔지 않은가.
북한이 남한사회에 비해 군사력이 월등한 우위에 있다는 유권자들의 막연한 고정관념에 기대 이 정권에 국가안보는 맡길 수 없다는 분위기를 '조장'해 지자체나 국회의원 재ㆍ보궐선거 때 한 몫 보려는 것인가?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잠시 '조장'의 재미를 볼 수도 있겠다. 다시 선거를 해야 하는 의석이 40개가 될지 50개가 될지 모르는 마당에 잘하면 다시 1당이 될 수도 있겠다는 말이다.
그러나 명심하시라. '조장'의 끝이 어떠한지를... 정권유지를 위해 반공을 빌미로 끝없이 공포분위기를 '조장'하셨던 전직 대통령들의 끝을... 한명은 하야했고, 한명은 총맞아 서거했고, 나머지는 감옥으로!
다시 한번 명심하시라, '조장'으로 말미암아 거슬러 갈 수는 있어도, 거슬러감이 때로 길기도 하지만, 진정 길게 본다면 역사는 결국 똑바로 가고야 마는 것을!
-중부동 매곡서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