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 이어 이번에도 아름다운 토박이말 세 개를 골라봤다. 외래어나 한자말을 버리고 이런 순우리말을 골라 쓰면 그만큼 우리네 글살이와 말살이가 아름다워지련만…
△언죽번죽 - 조금도 부끄러워하는 기색 없이 비위가 좋은 모양.
¶그 녀석은 주위로부터 만날 핀잔만 들으면서도 무슨 일에나 언죽번죽 참견하였다.
[예문] 언죽번죽 둘러다 붙이는 그 뻔뻔스러운 말버릇도 옛날이나 똑같고….≪윤흥길, 완장≫
△추렴 - 모임이나 놀이 또는 잔치 따위의 비용으로 여럿이 각각 얼마씩의 돈을 내어 거두는 것을 일컫는 말로 흔히 '더치페이'를 하자 하거나 또는 '각출'을 하자고 말하는 경우에 '추렴'이라는 순우리말을 쓸 수 있다.
¶추렴을 내다/추렴을 거두다/그들은 일이 끝나면 막걸리 추렴을 자주 벌이었다./동네 사람들이 약간씩 추렴해서 혼자 사는 할머니를 도와 드리기로 했다.
[예문] 주인의 수하에 있던 사람들이 저희 모일 처소가 없다고 추렴들을 내서 이 집을 사 놓고 날더러 들랍디다.≪홍명희, 임꺽정≫
△궂기다 - ①(완곡하게) 윗사람이 죽다. ¶어제 집안 어른이 궂겨서 모두 상가에 가셨습니다.
[예문] 당신은 효자가 되고 싶건만 효자 노릇 할 땅이 없고 부모가 벌써 궂기고 아니 계시니 효자가 될 거리도 없다.≪박종화, 금삼의 피≫
②일에 헤살이 들거나 장애가 생기어 잘되지 않다. ¶하는 일마다 궂기니 살풀이라도 해야겠다.
※보통 신문들이 <부고> 또는 <부음> 이라고 하는 것을 '한겨레'는 <궂긴소식> 이라고 하는데 우리글 살리기에 애쓰는 신문답다.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