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산 구간 고속철도공사가 이 산의 습지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환경부의 독자적인 검토 결과 발표는 참으로 생뚱맞기 이를 데 없다.
더욱이 이 조사 발표는 천성산 고속철 터널 공사가 동ㆍ식물을 포함한 고산습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전문가, 환경단체와 공동으로 조사하기로 한 지난 8월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깨고 나온 것이어서 더욱 기가 찬다.
들리는 말로는 그 조사라는 것도 세 명의 조사관이 겨우 2박 3일의 일정으로 벌인 조사라니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조사의 신뢰성마저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꼬인 매듭을 풀고 양 당사자들의 갈등을 중재해야 할 환경부가 매듭을 풀기는커녕 오히려 매듭을 더욱 꼬이게 하니 실로 어이가 없는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그럴만한 말 못할 사정이 있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이와 같은 환경부의 일방적 약속파기는 국가기관이 지녀야 할 최소한의 공신력마저 스스로 내팽개친 처사로, 그래도 환경부를 믿고 천성산 환경영향 재조사에 합의한 환경단체와 이에 뜻을 같이한 시민들을 우롱한 것밖에 안 된다.
여기에다 정치권과 경제계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제사정 등을 들어 환경부의 검토결과를 존중해 하루빨리 결론을 내릴 것을 재판부에 주문하고 있는 상태라니 뭔가 결론을 만들어 놓고 아귀를 맞추어가는 듯한 냄새가 짙게 풍긴다.
환경부에서 독자적 검토 결과를 발표하던 지난 19일, 고속철도 부산 금정산 구간에서는 마치 예측이라도 하고 있었다는 듯 공사 재개를 위한 벌목이 시작됐다.
철도시설공단의 재판부에 대한 압박도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철도시설공단은 "재판부는 가처분사건에 대한 인용과 기각 여부를 신속히 결정하면 되지 왜 시간을 끌며 중재에 나서고 직권으로 검증ㆍ감증을 실시하려느냐"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고 한다.
이런 일련의 사태에 대해 당연히 환경단체가 반발을 하고 지율 스님은 27일부터 또 다시 단식에 들어갔다.
지율 스님은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가 이렇게 닫혀 있는 줄 몰랐다. 대통령의 공약도, 법도, 절차도, 장관도, 약속은커녕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 속에 있다. 한 마디로 절망뿐이다."며 허탈해 하고 있다.
이 가녀린 비구니는 또 얼마나 단식의 고행을 해야 할 것이며 천성산을 지키려는 환경단체의 투쟁은 도대체 언제쯤에나 멈출 수 있게 될까?
문재인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까지 나서 겨우 실마리가 풀릴 듯하던 천성산 고속철 다툼이 환경부의 이런 일방통행식 처사로 다시 혼미 속으로 빠지게 된데 대해 환경부는 책임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환경부는 환경단체들과의 약속파기를 되돌리고 처음의 약속대로 공동조사를 벌임으로써 환경단체들의 의혹을 풀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