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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교단일기] 문화적 섬을 넘어..
사회

[교단일기] 문화적 섬을 넘어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4/10/29 00:00 수정 2004.10.29 00:00

 어느 날, 교실에 들어갔더니 급훈이 '함께 가자'에서 '떠들면 입 뜯어뿐디'로 바뀌어 있었다. 누가 바꾸었냐고 물어보니 ○○이가 하도 아이들이 떠들어서 바꾸었다고 한다. 이 날 아이들의 자율학습은 참 잘 진행되었다. 그 후 우리 반 급훈은 '떠들면 입 뜯어뿐디'가 되었다. 이 일이 있은 후 한참 동안 생각을 해야 했다.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은 아이들은 스스로 바람직한 규범을 만들어 자율을 실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본다면 학교는 지시와 통제 문화에서 대화와 자율의 문화로 변화하는 중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으로 보아 학교에서 세대간의 문화적 다양성을 아우르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로 여겨진다.
 가끔, 아이들에게 요즘 즐겨보는 드라마가 무언지 물어본다. 이런 물음은 아이들의 관심사를 어느 정도 알아볼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된다. 단순한 질문이지만 아이들의 대답을 통해 아이들과 대화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텔레비전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잘만 선택하면 아이들과 문화적 동질감을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이 꽤나 많다는 것이다. 특히 여러 세대의 문화가 공존하고 있는 학교에서는 더욱 그렇다. 바쁜 일과 속에서 아이들과 공통된 화제를 찾아 자유롭고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건 정말 유쾌한 일이 되니까 말이다. 그리고 선생님들과 회식 후 자연스럽게 노래방을 가보면 참 재미있다. 교직에 막 들어온 새내기 선생님의 생기발랄한 노래에서부터 나이 지긋한 선생님의 고상한 노래까지 다양한 노래를 들을 수 있다. 내가 알고 있는 어떤 선생님은 항상 똑 같은 노래를 부르신다. 노래하시는 표정에서는 삶의 깊이를 느낄 수 있고 거기에 재미있는 춤 동작이 더해지면 분위기는 더욱 흥겨워진다. 이어서 풋풋함이 넘치는 새내기 선생님의 신세대 노래가 이어지면 그야말로 열창의 무대가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세대를 뛰어넘는 흥겨움이 있고 그 속에서 서로의 관계는 더욱 정겨워진다.
 
 언론은 '학교붕괴'라는 말을 가끔 쓰면서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는데, 학교 현장에 있는 교사의 한 사람으로서 언론의 이 말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학교붕괴를 기성 세대의 가치와 규범을 거부하는 것을 두고 이르는 말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보다는 문화적 변화의 큰 맥락 속에서 학교의 변화를 살펴주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똑 같은 옷에 똑 같은 머리 모양을 하고 학교생활을 해야 한다는 세대의 생각과 남과는 달리 튀어 보이는 옷을 입고 자신에 맞는 머리 모양을 하고 싶은 세대간의 문화적 갈등을 살피고 그것을 학생문화의 변화로 살펴보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두 세대 간의 갈등은 앞으로 긍정적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와 전망이 있었으면 좋겠다.
 '학교가 무너졌다'고 하는 말들을 살펴보면 그 원인을 사교육에서 찾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 하더라도 본질적으로는 아이들의 문화적 변화를 통한 학생문화의 변화를 살펴보아야 한다고 본다. 일방적 지시와 통제의 문화를 벗어나 쌍방적 대화와 자율로 이행하는 과정으로 이해한다면 아이들만의 문화적 섬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문화를 이해한다는 건 아이들의 삶을 이해하는 바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좀 있으면 학교 축제가 열린다. 아이들은 이 축제의 장에서 그동안 그들이 누리고 추구했던 문화를 쏟아놓을 것이다. 축제가 우리 모두를 잇는 문화의 다리가 될 것 같아 한껏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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