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보니, 요즘은 길에서 거지를 본지가 꽤 오래 된 것 같다.
오가는 행인들을 붙잡고 '애걸복걸' 한 푼 '적선'합쇼 하던 거지들이 가져다 그렇게 쓰는 바람에 '적선'의 느낌이 동냥해 주는 것 비슷하게 들리긴 해도 원래는 '착한 일을 많이 함'이란 좋은 말이다.
착할 선은 좋은 선으로도 쓰이니 좋은 일을 많이 쌓는다는 뜻도 되겠고.
'애걸복걸'은 '애처롭게 사정하며 자꾸 빌고 간절히 원합'이란 말이다. 哀는 슬프다, 가엽게 여기다, 또는 불쌍히 여기다의 뜻을 가지고 있다. 물론(勿論) '애끓는' '애'와는 아무 상관도 없다. 乞은 '빌 걸'이다. 주로 빌어먹는다, 할 때의 뜻으로 쓰이고 여기서는 두 손으로 싹싹 빈다 '할 때'의 '빌 걸'이다. 伏은 엎드린다, 굴복한다는 의미 외에 '절후 복'으로도 쓰인다. 초복, 중복, 말복하는 삼복 말이다.
거지들의 마케팅 전략도 많이 발전한 모양이라서, 길에서는 많이 볼 수 없는 대신에 상가 같은 데로 많이 다니는 것 같다. 서당에도 더러 오는데, 수업중임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로 들어와 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무리 '애걸복걸'해도 난 거기다 '적선'하고 푼 마음은 전혀 없다. 하다못해 볼펜이나 이쑤시개라도 팔러 다닐 일이지, 사지 멀쩡하면서 돈 얻으러 온 사람은 정말 한심하고 짜증나기 때문이다.
장애를 빙자한 듯한 사람은 더더욱 그렇고, 게다가 나는 거지에게 100원을 주면 거지는 100원 만큼 더 생기고 국가는 100원 만큼 게을러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웬만해서 '적선'하지 않는다. 가끔 아주 무섭게 생긴 아저씨들이 오면 반 강제로 '적선' 함을 당하면서 빨리 가셔달라고 '애걸복걸' 할 때는 빼고.
자료출처 - 중부동 매곡서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