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체'와 '일절'은 두 말의 쓰임새가 다른데도 자주 혼동돼 쓰이고 있다.
이는 '일체'와 '일절'에 쓰이는 한자말 '切'자가 [모두 체]로도 읽히고 [끊을 절]로도 읽히는데서 비롯되는 문제다.
'일체'는 '재산 일체를 고아원에 기부하다.'처럼 [온갖ㆍ갖가지ㆍ모두ㆍ모든 것]이란 뜻이 담긴 말에 쓰인다.
술과 밥을 함께 파는 식당 같은데서 '주류일절'이라는 글을 써 붙인 것을 가끔 보게 되는데, 이렇게 쓰면 '모든 종류의 술을 판다'는 주인장의 의도와는 달리 '술 종류는 아무 것도 취급하지 않는다'는 뜻이 되니 '주류일체'라고 고쳐 써야 한다.
'일절'은 [도무지ㆍ전혀]와 같이 부정적인 뜻이 내포된 경우에 쓰는 말이다. 따라서 '~을 일체 해서는 안 된다'가 아니라 '~을 일절 해서는 안된다'가 옳다.
'면회는 ○○ 금한다.' '발길을 ○○ 끊다.'의 경우, ○○안에 들어갈 말 또한 '일체'가 아닌 '일절'이다.
이밖에도 '절'은 [벨 절(절단)], [절실할 절(절실)], [정성스러울 절(친절)], [반절 절], [간절히 절(간절)] 등으로 쓰인다.
이처럼 실생활에서 '절(切)'이란 한자가 워낙 자주 쓰이다 보니 [온통, 전부, 전체]를 뜻하는 '일체'역시 '일절'로 잘못 읽는 경향이 자연스레 생겨난 것 같다. 제도 교육과정에서는 주로 [온통, 전체, 전부]를 뜻하는 말은 '일체'로 쓰도록 가르치고 있으나, 문법적으로는 명사와 관형사로 쓰일 때에 '일체'로, [전혀, 아주]등 사물을 부인하거나 금지하는 부정의 뜻이 담길 때에는 부사어로써 '일절'을 쓰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구태여 한자어 쓰임새 하나 가지고 골머리를 썩일 필요 없이, 상황과 경우에 따라 얼마든지 바꿔 쓸 수 있는 살가운 우리말들을 찾아 쓰는 노력을 기울여 보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