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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문화의 창]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그들 - 집시..
사회

[문화의 창]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그들 - 집시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4/10/29 00:00 수정 2004.10.29 00:00

 처음 라이코 공연 포스터를 봤을 때 한참을 고민했다.
 영문으로 표기되는 라이코의 이름은 Rajko였기 때문에 '라지코'라고 읽어야할지 '라이코'라고 읽어야할지 고민했던 것이다.
 완전한 영문표기가 아니기 때문에 '라이코' 혹은 '라지코'라고 읽어도 상관이 없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집시'라는 민족이 궁금해졌다.
 그들의 공연을 조금 더 즐겁게 즐기기 위해서는 그들의 유래나 역사를 알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집시들의 기원ㆍ유랑생활의 시작은 8세기에서 10세기로 추정되고 있다. 이 시기에 일련의 무리들이 집시들의 고향으로 알려진 북인도로부터 여러 지역으로 이동을 한 것으로 추측되어진다. 10세기에는 근동의 여러 나라에 출현하였고, 14세기와 15세기에는 몇 차례에 걸쳐 서아시아에서 발칸 반도로 그리고 동ㆍ서 유럽의 여러 지역으로 유입되었다. 근대에는 남북 아메리카 대륙에서 오스트레일리아까지 이주하고 있다. 현재 약 300백만이 넘는 집시들이 유럽에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찌고이너(집시 gypcy)라는 명칭을 모욕적으로 여기고 있지만 학계에서는 이 이름을 가치중립적으로 사용하여 일반인들에게도 집시로 알려졌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유랑민족인 집시들은 가는 곳마다 박해와 차별을 받아 이들의 음악은 경쾌한 곡이라도 알 수 없는 슬픔이 배어 있다.
 우리 민족이 가진 '한'이라는 것을 이들에게서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보통의 오케스트라와는 달리 악보도 격식도 없이 연주되는 그들의 음악은 자유롭고 경쾌했기에 관객들이 박자에 맞춰 박수를 치고 환호할 수 있었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헝가리어로 불려지는 그들의 노래에는 집시 특유의 정열과 슬픔, 낙천성이 가득해 우리에게 쉽게 다가왔고 여자 무용수들보다 현란했던 남자 무용수들의 춤 공연과 지저귀는 종달새 소리를 멋지게 바이올린으로 재현해낸 그들의 연주는 관객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모든 공연이 끝나고 퇴장하는 동안 어린 관객들이 무대 밑으로 몰려와 허락 없이 사진을 찍어도 웃으며 포즈를 취해주고, 급기야 무대위로 올라 간 관객들에게도 스스럼없이 어깨동무를 제안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박해받고 살아온 민족답지 않은 여유로움과 낙천성, 친근함을 느낄 수 있었다.
 관객들과 서로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하던 그들의 웃는 모습에서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집시들의 많은 부분을 알게 된 멋진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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