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산 화엄벌판에 지율스님을 비롯해 1200여명이 부르는 생명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지난 24일 열린 '화엄벌 화엄법회', 그 옛날 원효대사가 1000명의 성인을 탄생시켜 천성산이 유래되었듯 오늘날 사라질 위기에 처한 천성산 생명들을 지키기 위해 다시 1000명의 수행자가 모여 그날의 법회를 재현했다.
정토회에서 주관하고 내원사 및 도롱뇽소송부산시민연대 등에서 후원한 이번 '화엄법회'는 당초 참가예상인원인 1000명을 초과한 1200여명이 참가해 대 성황을 이루었다.
오전 10시 내원사에서 열린 화엄법회, 원래는 화엄벌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자연이 훼손될 것이 우려돼 내원사에서 진행되었다. '화엄법회'에서 정토회 법륜스님은 법문을 통해 "지금은 하나가 살면 하나가 죽고, 하나가 행복하면 하나가 불행해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모두가 잘 살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설파했다.
화엄법회가 끝난 후 12시부터 산 정상을 향해 출발해 좁고 가파른 산길을 지나 도착한 화엄벌판, 정상에 도착한 사람들의 첫 마디는 "아~"라는 탄성소리였다.
벌판에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그 바람에 흔들리는 억세풀의 황금빛 물결은 산을 오르느라 지친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풀어주며 천성산 자연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행사 시작까지 남은 시간을 이용해 점심을 해결하는 사람들, 그 중 아이들과 함께 준비한 김밥으로 식사를 해결하고 있던 이정은(42)씨는 "이 소중하고 아름다운 자연이 사라지는 것에 절대 반대한다. 그동안 언론보도를 통해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아이들과 함께 올라와 천성산의 아름다움을 보니 지율스님의 절실함을 새삼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식사가 끝나고 1200여명이 손에 손을 잡고 '생명의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본격적인 화엄벌 행사가 시작되었다.
1200여명이 하나 된 마음으로 부르는 '생명의 노래'가 화엄벌판에 울려 퍼지자 그 소리가 휴일 천성산을 찾은 등산객의 마음을 움직였는지 하나 둘 참여하기 시작해 이윽고 화엄벌판 모두를 감쌀 만큼의 인원이 모였다.
그 후 진행된 '인간띠 잇기' 행사에서는 1200여명이 손을 잡고 화엄벌판을 둘러싸는 장관이 벌어졌다. 황금 빛 억새 물결이 출렁이고 있는 벌판을 감싸듯이 둘러싼 사람들의 모습으로 자연의 아름다움과 자연 속에 살아가고 있는 생명들을 지키겠다는 굳은 의지를 표현했다.
이날 사람들과 함께 '천성산 화엄법회'에 참가한 지율스님은 "천성산 자연과 생명들을 지켜줄 수 있는 것은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하나 된 마음"이라며 "오늘 행사를 시작으로 생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계속 모아가겠다"고 말했다.
지율스님과 함께 이번 '화엄법회'를 준비한 정토회 법륜스님도 "원효대사께서 천명의 성인을 배출해 세상을 이롭게 했듯 오늘 우리도 사라질 위기에 처한 화엄벌과 천성산을 구해 세상에 이롭게 하기 위해 모였다."며 "오늘 화엄벌을 둘러싼 1200명의 인간띠가 더욱 넓어지게 할 것이다"고 말해 앞으로 지율스님과 손잡고 천성산 지키기 운동을 함께 할 것을 나타냈다.
한편 천성산은 철새도래지인 습지를 보호하기 위해 체결된 국제협약인 '람사협약'에 우리나라 최초로 등록된 산으로 청정지역에서만 살아가는 도롱뇽과 은난초, 물매화 등이 서식하고 있어 환경적 보존적 가치가 높은 산이다.
※ 람사협약-경제적, 문화적, 과학적 및 여가적으로 큰 가치를 가진 자원이며 이의 손실은 회복될 수 없다는 인식하에 현재와 미래에 있어서 습지의 점진적 침식과 손실을 막고 보호하는 협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