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지역에서 어린이전문도서관 운영, 방과 후 교실, 글쓰기 모임, 그림책읽는엄마모임 등 지역공동체를 통해 꾸준히 아이들 문화 가꾸기에 앞장서온 양산여성회가 큰일을 치렀다.
엄마 등에 업혀서, 아빠 어깨 위 무등타고, 친구 손잡고, 엄마손 아빠손 끼리끼리 손잡고 하나 둘 들어서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호기심이 가득하다. 이곳은 '양산어린이 책 한마당'이 펼쳐지고 있는 양산실내체육관.
양산여성회가 주최하고 지역의 유일한 어린이전문도서관인 동무동무씨동무에서 주관한 이 행사는 지난 10월 30일과 31일 양산실내체육관에 특별 전시실을 꾸미고 시민들을 초대했다.
평소에 아이들 책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터라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행사장을 찾았다.
행사를 준비한 양산여성회 황은희 회장은 "작가와의 만남, 원화전시 및 책을 통한 다양한 경험들을 양산의 아이들과 함께 했으면 합니다"며 행사의 의미를 설명했다.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품위 있게, 크지 않은 전시공간이지만 답답하지 않게, 소박하게 마련한 전시장엔 그림책화보, 포스터, 주제별 좋은 책, 아이들의 시화, 연대별로 보는 우리동화와 우리작가, 이북어린이책 등의 전시물 하나하나에 정성이 들어있다.
주제별ㆍ테마별 좋은 책 전시를 통해서는 '아이들 마음' '인권ㆍ성장' '사랑' '평화ㆍ전쟁' 등으로 공간을 구분하여 주제에 맞는 좋은 그림책을 선정하여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꾸며 놓았다.
연대별로 보는 우리동화와 작가 코너에는 서정오, 임길택, 윤기현, 권정생, 이오덕, 이원수, 이주홍, 마해송, 현덕, 방정환 등을 사진과 함께 작품들이 차려졌으며, '통일이 성큼성큼' 코너에는 북한어린이들이 보고 즐기는 책을 준비해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전시장 안에서는 공연마당과 참여마당도 함께 펼쳐졌다. 전시장을 찾은 아이들에게 좋은 비디오 보기와 책읽어주기, 옛이야기 들려주기, 빛그림 상영과 노래배우기, 이태수 세밀화 따라 그리기, 사랑하는 사람 얼굴 자세히 그려보기, 페이스페인팅 행사가 열림으로써, 단순히 관람하는 행사가 아닌 아이들이 직접 참여하여 그려볼 수 있고, 함께 웃고, 따라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낼 수 있도록 마련됐다.
특히 행사장에는 세밀화 그림책 전문 작가인 이태수씨의 '세밀화 원화 전시장'도 마련되어 아이들과 어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또 '작가와의 만남'이라는 특별한 시간에는 이태수씨가 직접 참여하여 그림책 관련 다양한 생각들을 들려주었다.
이태수씨는 "88년 이후 그림책과 도감부문에서는 자연과 관련된 작품들을 주로 했다"고 말하면서 작가의 전문분야인 세밀화 부문에 대해 "주로 유럽에서 해오던 작업 이었다. 도감 작업은 유럽에서는 300여 년 전부터 시작되어 주로 사회주의 국가에서 이루어졌다. 왜냐하면 자연을 재산의 가치로 보지 않고 자원으로 보고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환경문제의식과 더불어 도감작업이 진행되었다"고 말하며 도감의 역사, 도감의 현황과 쓰임새에 대해 강의를 했다. 따라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도감 역사의 미흡한 부분을 지적하기도 했다. 또 "도감이란 그림으로 표현되고 글자로 설명되어 있는 사진이다"며 사진과 그림의 다른 점, 배경, 역할, 장점 등에 관한 설명이 이어지면서 그림책 작가인 본인의 작업관과 작업의 어려움, 환경과 개체의 다양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참석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끝으로 환경의 변화에 따라 같은 종의 개체라도 성장의 모습이 달라짐을 설명하면서 우리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많은 생명들을 관심 있게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로수 밑에 꽃다지가 피었어요(우리교육 출판)'는 "사회가 급격히 도시화 되면서 도시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그러나 자세히 보면 쉽게 볼 수 있는 도시의 식물, 동물 등의 많은 생명들을 책 속에 담았다. 우리 생활 주변의 것들은 귀한 것이 아니고 흔한 것이다"고 했다.
이어진 초등학생들과의 만남 시간에 이태수씨는 "풀, 벌레, 나무 등을 자세히 보는 것이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는 방법이다"며 "어딜 가나 자세히 관찰하고 그림을 그리면 그림을 잘 그리는 날이 금방 올 수 있다"고 했다. 또 "자연은 -다 다른 것이 자연이다. 자연물에 대해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를 고민하면서 그리는 것이 습관화되어 그림을 그리면 좋겠다"라고 아이들에게 당부했다.
전시장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소리 "엄마 나 이 책 사줘?" "엄마 이거 우리집에 있는 거 여기 있다" "엄마 가을 나들이다" "나무다" "이 책 빌려 줘" "내가 봤던 거다" 등등 책을 펼치며 재잘대는 아이들의 책의 노래 소리가 실내체육관 전시실을 가득 메우고, 초롱초롱한 눈동자들이 예사롭지 않았다.
아빠 무릎에 않아서, 엄마 옆에 서서, 옛이야기를 듣고 있는 모습에서, 책장을 넘기는 손을 보면서, 바닥에 엎드려 그림그리기에 열중하는 모습에서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실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