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사위어가는 11월 초순.
하북면 순지리, 영남의 알프스라 일컬어지는 영축산 자락에 고즈넉이 앉아있는 보광고등학교를 찾았다.
주변의 수려한 자연경관과 울창한 수목들에 둘러싸여 학습환경부터 번잡한 도심의 학교와는 달라 보인다.
본관 1층의 교장실 문을 두드렸더니 이 학교 권기현 교장이 환한 얼굴로 맞는다.
권기현 교장- 1983년에 평교사로 출발, 교무주임과 교감을 거쳐 지난 2002년 9월 1일에 이 학교 제7대 교장으로 부임해 오늘에 이르기까지 20년이 넘는 세월을 보광인으로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지금은 눈을 감고도 보광의 구석구석을 꿰뚫을 수 있는 보광의 산 역사가 되었다.
◀보광에 대해 자랑할 것도 많으시리라고 봅니다.
"주변의 지리적 환경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만, 우리학교 아이들은 모두 순수하고 순박합니다. 그러니 이 아이들이 아름다운 꿈을 펼쳐나갈 수 있게 하기 위해 선생님들이 기울이는 정성과 노력이 각별할 수밖에요. 사립학교의 특징이기도 합니다만, 선생님들이 전근을 하지 않고 장기근무를 함으로써 교육의 연속성, 지속성이 이루어지고 사제지간의 결속력도 강합니다. 또 한 학교에 오래 몸담고 있어 자연히 진학지도에 대한 노하우도 축적되지요. 이는 곧 입시제도가 바뀔 때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진학지도 시스템으로 가동되는데, 저희 학교에서는 이미 2008학년도 입시제도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보광의 대학진학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그런 평가를 듣고 있습니다. 매년 졸업생의 96%이상이 대학에 진학하고 있는데, 4년제 종합대학 진학률도 70%를 넘나듭니다. 2004학년도의 경우, 서울대 1명을 포함, 부산대 , 부경대, 경상대 등 전국 9개 국립대에 52명이 합격했고, 연세대를 비롯한 사립대에는 136명이 합격해 총 188명의 졸업생이 전국 4년제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올해도 허은혜ㆍ홍지연 두 학생이 서울대 사대 국어교육학과와 과학교육학과에 각각 수시1단계 합격을 하고 마지막 최종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3학년 학생들이 어느 때보다도 다부진 마음으로 수능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 학교에 오래 머무는 것이 장점인 반면, 그것이 자칫 매너리즘(mannerismㆍ타성)에 빠지게 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염려하고 있는 권 교장은 '날마다 새로워지기 위해' 스스로를 다그치고 교사들을 채근한다.
그런 탓에 권 교장은 교사들로부터 '가장 민주적이면서도 가장 독재적인 교장'이라는 평판을 듣기도 한다. 그러나 이 평판은 권 교장의 의욕과 열정에 대한 존경과 애정의 반어법이기도하다. 그러므로 교사들 또한 교장 못지않은 열정으로 불타고, 그것이 곧 오늘날 보광을 양산의 '명문사학'으로 우뚝 서게 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것을 보광인들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