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이 무슨 날일까? 아마 십중팔구 빼빼로Day라고 할 것이다. 빼빼로Day는 1994년 부산 모 여중생이 1숫자가 네 번 겹치는 11월 11일에 친구들에게 "키크고 날씬해지고 예뻐지자"며 빼빼로를 건네면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것이 10-20대 학생들과 젊은이들 사이에 급속히 확산돼 이제 하나의 기념일로 자리잡았다. 그 덕에 한 제과업체는 10월 한달에만 100억원의 판매고를 올렸다고 하니 젊은이들 사이에 부는 빼빼로 열풍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그러나 기뻐하는 제과업체와는 달리 빼빼로Day 때문에 본시 기념일을 잊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농민들이다. 11월 11일은 원래 '농업인의 날'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FTA(자유무역협정)다, 뭐다하며 불어 닥친 농산물 수입개방 바람으로 힘든 농민들 입장에서는 제과업체의 마케팅 때문에 1년에 단 하루 있는 자신들을 위한 날까지 빼앗긴 셈이다.
그런데 최근 한 초등학교 교사가 이런 문제를 제기하면서 일선 학교에서 '농민의 날'을 위한 가슴뭉클한 행사를 가졌다.
웅상초등학교 오근태 교사는 각 일선학교 교사들에게 "11월 11일 '농업인의 날' 하루만이라도 학생들에게 '우리농업 살리기' 의미를 일깨워주자" 며 "빼빼로가 아닌 쌀을 들고 가래떡을 만들고 달콤한 조청을 만들어보자"는 내용의 제안서를 발송했다.
이에 많은 교사들이 오근태 교사의 뜻에 동의해 웅상초와 서창초 대부분의 학급은 빼빼로Day가 아닌 '농업인의 날'을 기념하는 학급이벤트를 열었다.
빼빼로가 아닌 쌀을 들고 학교로 나온 아이들, 가져온 쌀로 김밥과 주먹밥 그리고 가래떡을 만들어 먹으며 아이들은 11월 11일이 '농업인의 날'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비록 현제 농업인들이 얼마나 힘든지 알지 못하는 아이들이지만 이날 행사로 '우리 농산물'이 얼마나 소중한지는 알게 됐다며 꽃 웃음을 활짝 피우는 아이들.
이 아이들의 밝은 웃음이 힘들게 삶을 꾸려나가고 있는 우리 농업인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선물이 되었을 성 싶다.
한편 처음 이런 행사를 제안한 오근태교사는 "이것이 빼빼로Day와 같은 단순한 떡 마케팅 행사가 되는 걸 원치 않는다"며 "농업인의 날에 맞춘 우리농산물 축제, 우리농업 골든벨 등 다양한 의미를 담은 행사로 발전했으면 한다"고 말해 단순한 행사가 아닌 '우리농업'에 대해 아이들이 보다 더 많이 알아가는 행사가 되었으면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제과업체의 마케팅으로 자신들의 날을 빼앗겼던 농민들, 이제 '농민의 날'을 기억하는 아이들과 교사들이 있기에 다시 자신들의 날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