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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교단일기]아이들과 함께 보고 싶은 영화..
사회

[교단일기]아이들과 함께 보고 싶은 영화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4/11/19 00:00 수정 2004.11.19 00:00
낭만적 상상력이 오히려 공부를 하게

 무미건조한 지식에 독한 회의를 품고, 아무 생각 없이 푹 잠들고 싶은 오후 수업 시간의 아이들을 바라보면 싱그러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저런 궁리 끝에 이야기를 꺼내 보지만 대개는 실패할 확률이 많다. 텔레비전 드라마, 연예인에 관한 얘기, 웃기는 이야기는 물론이고 사회적 쟁점이 되는 것까지 별의별 이야깃거리를 동원해보지만 공감을 얻기가 참 어렵다. 이쯤 되면 실패를 인정하고 물러서야 하지만 그렇게 되면 영영 아이들과 공감할 수 있는 얘기를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이들의 야유를 받으며 꿋꿋하게 또 다시 도전할 용기를 내본다.
 늘 하고 싶은 이야깃거리는 사랑에 관한 것이다. 수많은 사랑 이야기를 들으며 사랑을 배우며, 사랑하면서 살아가는 게 사람의 운명이라고 생각하면 당연한 것 같기도 하다. 영화 <4월이야기>는 두 번을 봤다. 처음 볼 때는 졸면서 봤지만, 두 번째 볼 때는 아이들과 함께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봤다.
 <4월 이야기>는 일본 감독 이와이 슈운지의 영화다. 이와이 슈운지는 <러브레터 designtimesp=8941>로 우리에게 알려진 감독이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상영된 영화로 사랑을 매우 깨끗하고 아름답게 그렸다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의 내용은 아주 단순하다.
 홋카이도 출신의 우츠키는 무사시노 대학에 입학을 한다. 공부를 못했던 그녀가 열심히 공부해서 이 대학에 들어간 이유는 단 하나 짝사랑하던 선배(야마자키)를 만나기 위한 것이었다. 어렵게 대학에 입학하게 되지만 그 선배는 그녀를 알아보지 못한다. 그러다 그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서점을 찾아가게 되고 결국 그가 그녀를 알아보는 데서 이 영화는 끝난다.
 어떤 갈등도 담겨있지 않고 그렇다고 두 남녀의 자잘한 사랑이야기도 없는 이 영화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영화가 끝나고 생각한 건 그것이었다. 영화는 끝났지만, 우츠키의 사랑은 비로소 시작되는 것 같은 아주 단순한 이야기의 영화다. 끝나지 않고 시작되는 이야기인 것 같아 오히려 더 마음을 끄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공부를 하는 목적을 대학 진학에만 두어 억압받는 아이들을 생각했다. 좀 엉뚱한 듯하지만 낭만적 상상력이 오히려 공부를 하게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른들은 아이들과 대화가 되지 않는다고들 한다. 그러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한 것 같다. 이 가을에 아이들과 함께 보고 싶은 영화 한 편을 정해서 팝콘을 먹으며 즐겁게 보면 어떨까하는 상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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