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에 찬양고무죄라는 것이 있다. '고무'란 북치고 춤추어 신이 나도록 한다는 것에서 유래 '남을 격려하여 힘을 내도록 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그러니 찬양고무죄라는 것은 의도했던 하지 않았던 간에 북한을 찬양하고 격려가 되게 하여 힘이 나도록 했다가는 벌을 받게 된다는 법이 되겠다.
이 법이 서슬 퍼렇던 시절. 철거를 해야 하니 하며 살던 집을 빨리나가라고 다그치는 공무원에게 “김일성보다 나쁜 놈아”라고 소리쳤다가 '찬양고무죄'에 걸려 잡혀갔다는 실화가 있다.
세상에서 김일성보다 나쁜 놈은 없어야 하는데 법을 집행하는 공무원더러 그보다 나쁘다고 했으니 그야말로 김일성을 '찬양'하고 '고무'했다는 것이다.
그런 웃기는 세상에서 나는 끊임없이 반공의식을 '고취'시키는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고취'란 북 치고 피리 불며 흥이 나도록 한다는, 그리고 그 소리가 멀리까지 퍼져나간다는 특성에서 의미가 확장되어 '용기나 기운을 볻돋워 준다'는 뜻으로 쓰인다. 얼마나 반공의식을 '고취'시키는 것이 중요했던지는 모르겠지만 초등학교 1학년 도덕교과서에 강제수용소의 깡마르고 불쌍한 사람들의 얼굴에다 사정없이 채직을 내려치는 인민군복을 입은 늑대(정말 늑대 얼굴이었다)의 비인간적 그림은 오히려 약과다.
당시 이 나라를 다스리던 어른들은 입학실날 내게 '때려잡자'는 말을 만나게 해주었다. 교실에 들어가면 교사들이 빨간 글씨로 '때려잡자 김일성 쳐부수자 공산당'이란 표어를 써놓았다.
초등학교 입학식날 만 여섯살 증류수같은 말간눈에 처음 만나는 것이 '때려잡자'와 '쳐부수자'였다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건데.
그런 첫 만남이 아니었다면 나는 학교를 좀더 아름답게 다닐 수 있지 않았을까? 4번의 전학에도 내내 들려오던 '때려잡자'가 없었다면 삶을 전쟁처럼 받아들이지 않을수 있었을까?
어쩌면 국가보안법은 아직도 우리 마음속에 새겨져 있는 커다란 빨간글씨의 '때려잡자 김일성, 쳐부수자 공산당'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