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문화행정에 찬사를 보낸다
지난 19일 가졌던 '피아니스트 서혜경 초청연주회'는 양산시민들로서는 참으로 복된 경험이었다. '건반 위의 여신' '소리의 마술사'라는 닉네임이 아니더라도 양산문화예술회관에서 보여준 서혜경의 연주 솜씨는 양산시민들을 감동의 물결에 젖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번 연주회와 관련해 특기할 부분은 온 세계를 무대로 팍팍한 연주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이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를 양산 무대에 초청한 양산시의 문화행정이다.
서혜경 만한 걸출한 예술가를 선택한 안목도 그러려니와, 시민들이 카네기홀이 선정한 세계 3대 피아니스트의 한 사람인 서혜경의 연주를 큰 경제적 부담 없이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점도 높이 살 부분이다. 사실 타 지역에서는 서혜경 연주회의 입장료가 7, 8만원이기 보통인데 이번 양산연주회의 입장료는 성인 S석이 만원이었다. 나머지는 시가 부담한 셈이다.
이를 두고 서혜경씨 측도 '양산시의 출혈이 컸겠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는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앞으로 점차 시민들의 부담을 늘려가는 방향으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
이번 연주회가 아니더라도 시는 올 한 해 풍성한 문화예술 무대를 마련, 시민들의 문화향수욕을 채워주었다. 6월의 '금난새와 함께하는 가족음악회'와 10월에 가졌던 헝가리집시오케스트라 '라지코'공연에 이어 11월 들어 6일에 있었던 서울발레시어터 초청 '뮤지컬 공연' 등이 모두 수준 높은 공연이었고, 그밖에 양산이 낳은 성악가 엄정행씨가 두 차례나 고향 걸음을 했고, 지역 춤꾼들의 춤판인 '낙동7인 명무전'과 시립예술단 창단공연 등 크고 작은 무대 공연이 펼쳐졌다.
이렇듯 의욕적인 시의 문화정책에 찬사를 보내며 앞으로는 지역 문화예술인들을 지원하고 지역의 문화예술을 중흥시키는 데 더 큰 힘을 기울여주기 바란다.
수능부정 - 학력지향이 빚은 '동티'다
수능부정 사태가 터지자 온 나라가 벌집 쑤셔놓은 듯 야단이다. 마치 그런 일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일인 것처럼 당국도 시민사회도 온통 들썩거리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은 그 부정행위가 첨단화 되었다는 것 말고는 어느 시험장이나 고사장에서도 늘 있어왔던 사건의 한 모습에 지나지 않는다.
오늘의 아이들은 학교에서 성적을 잘 받기 위해 커닝이라는 것을 별다른 죄의식 없이 경험하고 있다. 그것은 지난날 아이들이었던 오늘의 어른들도 경험했던 일이기도 하다. 휴대전화를 이용한 수능 부정행위는 단지 간 큰 아이들이 큰 시험 앞에서 평소에 하던 일을 조금 더 크게 벌인 것 이상의 의미는 없다.
따라서 이런 일은 대학이 신분상승을 위한 지름길이 되고, 명문대 입학이 가문의 영광이 되는 사회에서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따지고 보면 이번 사건은 학력지상주의와 성적제일주의가 빚어낸 '동티'다. 그런데도 수능 부정을 막겠다고 내놓은 대책이 고작 전파차단기나 금속탐지기, 또는 전자검색대를 설치하고 부정행위자의 응시제한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니 또 문제의 본질은 뒷전인 채 변죽만 울리고 있구나 싶다.
과정이야 어찌되었든 결과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사회 풍조도 이번 사건을 불러온 한 요인이다. 각종 선거에서 당선이라는 목표달성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추악한 모습이나, 남이야 어찌되든 제 잇속 하나만을 위해 온갖 부정행위를 서슴없이 저질러 왔던 모습이 오늘 이 땅의 어른들의 모습일진대, 어찌 아이들더러 바르게 걷고 곧게 살라고 말할 수 있으랴.
어찌 보면 이번 일은 어른들의 일그러진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들이 자연스레 어른들을 닮아가고 있다는 것을 뼈아프게 각인시켜준 일일지도 모른다.
잘못을 저지른데 대해서는 마땅히 벌을 주어야 할 일이로되,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좀 더 지혜로운 대책을 찾아보아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