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2005 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다. 이로서 고3 수험생들은 자유의 몸이다.
친구들과 만나 마음껏 수다를 떨어도 나무랄 사람이 없고 그동안 자지 못한 밀린 잠을 하루 종일 자도 아무 말 하지 않는다. 하지만 12년 동안의 정규교육의 평가가 하루 만에 끝나버린다는 것에 대한 허탈감과 무력감으로 그저 별생각 없이 아까운 시간을 흘려보내기 쉬운 때이다.
시험을 준비하느라 마음 편하게 보지 못했던 영화를 보거나 미술전등을 찾아 알차게 시간을 보내는 것은 어떨까.
20세기가 배출한 가장 창조적인 예술가 중 한명으로 손꼽히는 초현실주의 작가, 살바도르 달리의 특별순회전이 2005년 2월 13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다.
20살에 자신의 자서전을 미리 써놓고 그대로 살다간 괴짜 예술가이자 수많은 비난속애서 유일하게 자신을 천재예술가로 인정해준 부인을 가장 존경했다는 살바도르 달리.
회화, 조각 등의 순수 미술에서 패션, 가구, 삽화, 영화, 실내디자인 등 응용미술과 대중문화 전반에 이르기까지 달리의 천재적 면모가 유감없이 발휘된 400여점의 방대한 작품들을 감상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부산 벡스코' 바로 옆 '부산시립미술관'에서는 2005년 1월 16일까지 색채의 마술사 마크 샤갈의 작품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98세의 오랜 삶을 통해 동심으로부터 무용과 꿈, 그리고 성경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품을 현란한 색채와 형상으로 독특한 회화세계를 구축한 그의 이번 작품전은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서양미술의 대가 1인의 초대형 회고전이란 점에서, 국내 전시사상 최고의 품질과 내용을 갖춘 전시이다.
이밖에도 다양한 신작영화들이 개봉돼, 동화같이 아름답고 순수한 영화를 만들기로 유명한 '이와이 슈운지'감독의 최신작인 '하나와 앨리스', 패스트푸드의 위험성을 감독 자신의 온몸을 던져 유쾌하게 고발한 '슈퍼 사이즈 미', 우리나라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일본 독립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깐깐한 여선생님과 당돌한 여제자의 사랑의 줄다리기를 코믹하게 그린 '여선생 VS 여제자'등 내 맘대로 영화를 골라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역사상 가장 현명하고 인간적인 지도자로 추앙 받은 세기의 우상 '체 게바라'의 젊은 시절을 다룬 영화 '모터싸이클 다이어리'를 보며 앞으로 펼쳐질 자신의 삶을 깊이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