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중순!
늦가을이자 초겨울이다. 눈이 기다려지고 방학 역시 기다려진다.
밖(운동장)에서 수업하고 난 후 거칠어진 손을 비비며 교무실로 들어오면 기온의 차이로 귀와 뺨이 따끔따끔하다.
10년 넘게 체육교사로서 겨울을 맞이하면서 계속되는 고민거리가 있다.
'겨울철 체육 수업거리'이다. 겨울철 체육수업 내용을 편성하고 진행하기가 참 어렵다는 말이다.
"그 많은 종목 중에서 알맞게 골라서 하면 되지, 무슨 걱정? 수업 연구가 부족한 것 아냐?"라고 김선생님은 말씀하신다.
그러나 문제는 영하를 넘나드는 기온과 세찬 바람(영축산 골바람은 꽤 유명함)속에서 50분을 만족스럽게 진행할 수 있는 수업 내용을 찾기란 쉽지 않다.
기껏해야 편을 갈라서 축구 경기를 하는 정도가 그나마 남학생들이 선호하는 종목이다.
여기서도 문제는 많다.
'축구하기 싫어요', '서선생님은 날마다 축구만 합니까?', '여학생은 왜 매일 교실에서만 합니까?' 등 일부 선생님과 학생들이 아우성이다.
요즘 각 학교마다 체육관이 늘고 있는 추세여서 그나마 다행이긴 하지만 2개 학급이 체육관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과 또한 한정된 실내 종목 등 역시 어려움을 극복하기란 쉽지 않다.
겨울철 체육종목을 찾아본다. 스케이팅, 스키, 등산, 중ㆍ장거리 달리기, 마라톤. '아! 이건 아니다!' 다시 찾아본다.
억지가 아닌 흥미와 '교육적 가치'까지 염두에 두면서 말이다. 연날리기, 팽이치기, 자치기, 비석치기, 굴렁쇠 굴리기… 그런데 아이들이 그런거 재미없단다.
실제로 연날리기는 두 해를 해봤다.
그런데 얼레와 실값을 충당하기도, 학생들에게 사오도록 요구하기도 힘들었고, 끊어진 연들이 동네방네 여기저기 널려 있어서 주우러 다니느라 땀 꽤나 흘렸다. 그래도 하늘높이 올라간 자신의 연을 보며 좋아라하는 아이들이 보기에는 좋았다.
최근에는 '뉴 스포츠'라 불리는 변형된 체육종목중 하나인 티볼(Teaball. 공을 막대위에 올려놓고 배트로 치며, 규칙은 발야구와 거의 동일함)이라는 종목으로 재미를 봤다.
땀도 나고 흥미도 있고 학생들이 이런 종목은 처음이라서 그런지 모두들 신기하게 여기고 반응도 좋았으니, 우선 성공적이랄까? 그러나 역시 세 시간째는 '그만하죠'라는 반응이다.
연날리기와 팽이치기를 밀어붙이자는 생각으로 인터넷을 뒤졌는데, 수업용의 저렴한 연은 찾아볼 수 없고 전통팽이는 구입하는 사람이 없는지 판매처를 아직 못 찾았다.
세계지도를 도화지 전지만한 퍼즐로 만들어 판매한다는 소식이 있어서 구입할까 생각중이다. 도서관이나 교실에 펼쳐놓고 맞추는 내용도 한 시간쯤은 괜찮지 않을까?
오늘도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신나게 할 수 있는 바깥수업거리가 없나 목하 고민 중이다.
혹시 겨울을 이겨내는 체육수업이 있으면 누구든지 망설이지 말고 저에게 꼭~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