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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인터뷰] 양산에서 만난 빠리의 택시운전사..
사회

[인터뷰] 양산에서 만난 빠리의 택시운전사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4/11/25 00:00 수정 2004.11.25 00:00
양산에서 만난 빠리의 택시운전사

 '파리의 택시 운전사'가 양산에 왔다. 1979년 남민전 사건에 연루돼 프랑스로 망명한 뒤 20년만에 고국땅에 돌아왔던 홍세화. '똘레랑스'와 '교육개혁'을 부르짖으며 부끄러움이 사라진 한국사회의 도덕성 회복을 주장하는 그가 지난 23일 문화예술회관에서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주제로 강연을 가졌다. 경연회를 마친 홍세화씨와 만나 인터뷰를 나눠보았다.
 
 기자 : 오늘 이주노동자와 관련된 강의를 하셨습니다. 불과 몇 십년전 달러를 벌기위해 독일의 광부로 간호사로 나갔던 역사가 있는 만큼 이주노동자들의 아픔을 잘 이해할 것 같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오히려 다른 나라에 비해 이주노동자를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는데요.
 
 홍세화 : 기본적으로 부끄러움이 없기 때문이죠. 그 나라의 인권을 측정하는 잣대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재소자이고 하나는 이주노동자입니다. 재소자는 보이지 않는 곳에 있기에 억압이 이루어질 수 있고, 이주노동자는 눈에 띄고 우리와 다르기에 차별의 대상이 됩니다. 한국은 이주노동자에게 지하철에서 '너 한달에 얼마 벌어?”라는 반말을 예사로 하고 있는 사회입니다. 인권에 대한 인식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죠.
 
 기자 : 서양과 동양을 구분해 서양을 우월하게 바라보는 '옥시덴탈리즘'이 한국 사회에서는 한국과 동남아시아로 구분된 '옥시덴탈리즘'으로 변형된 것 같습니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어떤 것이 있겠습니까.
 
 홍세화 : 그 문제인데요. 지금 한국사회는 변형된 옥시덴탈라즘이 판을 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해기 위해서는 결국 교육이 바로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ㆍ고등학교 때부터 서울대라는 타이틀을 따기 위한 '살인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작금의 교육현실입니다. 가까운 친구, 동료를 짓밟지 않고서는 결코 '성공'을 할 수 없는 구도죠. 그러다보니 당연히 학생들의 심성도 황폐해집니다. 그렇게 일류대 진학에 성공한 사람들은 일류대를 진학하지 못한 사람들을 하찮게 보고 그중에서도 4년제를 진학한 사람들은 전문대를 우습게보는 등 총체적으로 나와 타인을 높음과 낮음으로 구분해서 바라봅니다. 그러다보니 가난 때문에 한국에 들어온 이주노동자를 자신보다 아래의 '인종'으로 보게 되는 거죠.
 
 기자 : 결국 교육문제를 말씀하셨는데요. 홍세화하면 떠오르는 것이 바로 똘레랑스와 교육개혁입니다. 현재의 입시경쟁 위주의 교육을 어떻게 바꾸어야 이러한 문제들이 사라질까요?
 
 홍세화 : 지금의 교육은 공화국 시민들이 기본적으로 알아야할 '공익성'이 빠져있습니다. '공익성'보다는 철저한 '사적이익'을 추구하게 만드는 교육으로 그로인해 자질도 능력도 없는 왜곡된 '엘리트'들이 양성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똘레랑스 즉 타인에 대한 관용은 없고 철저한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게 만드는 교육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바람직한 한국사회로 가기는 힘들다고 봅니다.
 
 기자 : 결국 현 교육을 공화국 시민의 기본소양인 '공익성'을 알리는 체제로 바꾸어야 한다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선생님이 계셨던 프랑스사회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홍세화 : 프랑스는 고교생들에게 '철학'을 필수과목으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철학이 결여된 인간은 공화국 시민으로서의 자질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렇게 철저하게 '공익성'에 맞춘 교육시스템이 있기에 프랑스는 유럽국가중에서도 가장 시민의식이 높은 나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기자 : 그러나 한국 교육문화 현실에서 그것이 실현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홍세화 :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미 사회 주류의 자리를 확고히 굳힌 자질없는 엘리트들의 반발도 있을 것이고 지금껏 왜곡된 사회에서 살아오며 교육을 '계급상승'이라는 개념으로 인식하는 시민들의 반대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미 교육의 '공익성'은 교육개혁에 반대하는 사람들조차도 인정하는 것입니다. 예전에 비하면 훨씬 좋아졌고 조금 더 노력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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