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율스님을 더는 외면하지 말라
이른바 '도롱뇽 소송' 으로 불리는 경부고속철 천성산 구간공사 착공금지 가처분신청 사건에 대해 2심에서도 각하 및 기각 결정을 내렸다.
'도롱뇽의 친구들'의 원고로서의 자격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각하' 이유고, 터널공사가 무제치늪 등 고산늪지에 영향을 준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 '기각' 이유란다.
이로써 그동안 네 차례의 거듭되는 단식을 통해 천성산을 지키려 했던 지율 스님의 목숨을 건 저항은 속절없는 일이 되고 지난 3개월여 동안 멈추었던 천성산 원효터널 굴착공사도 재개되었다.
어려운 나라 경제를 빌미삼아 “이미 결정되어 진행 중인 대형 국책사업을 명백한 증거 없이 중단시킬 수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결정 요지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껏 정부나 정치권의 어느 누구도 지율 스님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스님은 최근에는 '다만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를 한 번이라도 해달라'는 애절하다 못해 안타까운 요구를 해 왔었다.
지율 스님의 원대로 정말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도 한 번 못해 보고 일이 이 지경에 까지 온 것이 못내 아쉽다.
도롱뇽소송 시민행동이 재판 결과에 불복해 재항고의 뜻을 밝혔다니 지율 스님의 단식도 끝없이 이어질까 두렵다. 한 비구니의 대책 없는 고집이라며 마냥 외면할 일만은 아닌데…
아세안을 넘어 동아시아가 보인다
한국과 싱가포르의 두 정상이 타결을 선언한 자유무역협정(FTA)은 단순히 두 나라 사이의 무역장벽을 철폐한다는 것을 뛰어넘는 뜻과 과제를 담고 있다. 두 나라 사이에는 이미 대부분의 상품교역이 무관세로 이뤄지고 있고 그 규모도 연 80억달러 수준이어서 이번 협정만을 놓고 볼 때는 크게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그러나 칠레와의 FTA보다 이번 협정에 더욱 눈길이 가는 것은 인구 5억의 아세안(ASEANㆍ동남아국가연합)시장, 더 나아가 아세안과 한ㆍ중ㆍ일로 이뤄지는 인구 20억의 동아시아 시장이 단일시장으로 뭉치는 작업이 차근차근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일본과 중국에 비해 동남아에 대한 영향력이 크지 않았던 우리로서는 그동안의 취약점을 만회할 교두보를 확보한 셈이다.
무엇보다도 남북간 거래를 민족내부 거래로 인정하는 국제적 선례가 만들어 졌다는 것이 반가운 일로 이제 개성공단 등 북한의 경제특구에서 우리기업이 생산한 제품을 가져와 수출할 경우 한국산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그동안 FTA 후진국으로 불리어온 우리는 이참에 시장개방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내 아세안 10개국과의 FTA 체결을 서두르고 일본 캐나다 멕시코 인도 등과의 FTA 협상에도 잰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이 점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소신과 전략이 뚜렷한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대외 개방과 무역확대는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수준을 넘어 적극적 전략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말은 핵심을 꿰뚫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