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암고등학교에 들어서자면 우람한 푯돌 하나를 먼저 만나게 된다. 그 푯돌에 새겨진 글자가 바로 '쓴맛이 사는 맛'이다. 학교에 갓 입학하는 새내기들이야 처음에는 이 푯돌의 글자를 보고 쓴웃음을 지었을지 모르지만, 3년간 학교를 들며나며 눈으로 보고 입으로 읊조리다 보면 어느새 '삶의 참된 맛은 쓴맛에 있음'을 알게 되려니 싶다.
이 학교 이내길 교장- '내길'이라는 이녁의 이름을 빗대 '내 길은 내가 간다'는 생활신조로 36년 동안 애오라지 교육자로서의 외길을 걸어 온 이다.
고등학교 때 체조선수였다는 이 교장은 처음에는 초등학교 교단에 섰다가 교대시절 중등교원검정을 통해 미리 따 두었던 중등교원 자격으로 중등교단으로 옮겼고 한때는 부산교대에서 체조지도를 하기도 함으로써 초ㆍ중ㆍ고를 거쳐 대학강단까지를 두루 섭렵하는 드문 경험의 소유자가 됐다. 뿐만 아니라 각급 학교를 거치면서 시골학교와 도시학교를 두루 경험하기도 했다.
효암은 6년전 같은 재단의 중학교인 개운중의 교장으로 출발, 2000년 9월에 효암고 교장으로 부임했다고.
“학생들을 자기 품성대로 키우려고 노력합니다. 가르치기 보다는 길을 열어주는 역할, 곧 학생들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교육을 펼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우리 학교에서는 전정(剪定), 즉 나뭇가지를 자르는 일을 하지 않습니다. 이는 우리학교 채현국 재단이사장님의 교육철학이기도 하지요.”
효암고등학교는 여러 해 전부터 농촌지역 학교로는 드물게 서울대와 연ㆍ고대, 포항공대 등 세칭 명문대에 다수 합격자를 배출하고, 전국 수시모집 최고의 합격률을 자랑하면서 신흥 사학 명문고로 급부상해 이제는 굳이 '신흥'이라는 말이 필요 없는 이름 그대로의 어엿한 명문고가 됐다. 이런 효암이 올해도 서울대 수시전형에 이하늬(자연과학대학 생활과학부)양과 서미리(논생명과학대학)양을 합격시키고 지난해 졸업생 김한길군은 육사에 합격했다. 이른바 스카이(SKY)로 불리는 서울대와 고대, 연대에 현재 재학 중인 효암 출신이 6명이나 된다고.
“저는 스포츠맨 출신으로서 아름다운 경쟁은 인생을 아름답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우수한 또래들 속에서 나를 견주어 스스로를 담금질하는 아름다운 경쟁을 거쳐 제 스스로의 삶의 주인이 된 사람은 그가 배관공이든, 자동차 수리공이든, 아니면 정치가이든 가릴 것 없이 아름다운 삶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세상 연치는 60고개의 턱 밑에 다다랐지만, 학생들이 스스로 다니고 싶어 하는 학교, 학부모들이 자녀를 믿고 맡기고 싶은 학교, 선생님들이 평생을 바쳐 가꾸는 학교를 지향하면서 마침내 효암을 '큰 사람을 만드는 학교'로 만들어 가고 있는 이내길 교장의 열정은 뜨겁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