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와 리코더가 어우러지면 어떤 소리가 날까?
27일 저녁, 일찍이 경험한 바 없던 이 색다른 감흥을 맛보려는 마음이 급했든지 시민들은 서둘러 양산문화예술회관을 찾아 콘서트가 시작도 되기 전에 이미 객석을 거의 다 채웠다.
이날 콘서트는 카스텔로(Dario Castello), 헨델(Georg Friedrich Handel), 바흐(Johann Sebastian Bach) 등 바로크시대의 주옥같은 곡들로부터 현대 일본 작곡가들의 곡까지 시대와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레퍼토리를 펼쳤다.
숲 속의 요정들이 노니는 것을 연상할라 치면 느닷없는 바람소리가 적막을 깨고 산새 소리, 풀벌레 소리, 음울한 산짐승의 소리…
두 연주자, 황경(黃敬ㆍKoh Kei)과 Suzuki Tosiya(鈴木俊哉)가 빚어내는 소리들은 이렇듯 신기하고 매혹적이었다.
기타리스트 황경은 일본 군마현의 거류민단장인 황동명씨의 막내아들. 1965년 일본 동경에서 태어난 그는 일본 클래식 기타계의 거장인 와따나베 노리히꼬(渡邊範彦)와 사또 노리오(左藤紀雄)를 사사했다. 1985년 '제28회 동경 국제기타콩쿠르'에서 우승하고 86년 3월 동경에서 데뷔 리사이틀을 가졌으며, 그해 6월에는 스페인으로 유학하여 Jose Luis gonzales로부터 지도를 받았다.
1990년과 91년에 세종문화회관 예술의 전당에서 가진 내한연주회를 통해 이미 모국의 팬들을 만난 그는 한국에도 꽤 많은 마니아(mania)들을 확보하고 있다. 표현력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연주자로서의 기교가 뛰어나다는 평을 듣고 있는 이름값에 어울리게 이날도 헨델과 바흐의 곡들을 예스럽고도 중후하게 연주했다. 뿐만 아니라 다카시 요시마츠와 같은 현대 작곡가들의 곡들에서도 뛰어난 기량을 선보였다. 기타를 마치 드럼처럼 두드리는가하면, 기타 줄을 튕겨 묘한 소리를 자아내면서 자신의 악기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었다.
1961년생의 일본인인 Suzuki Tosiya 는 1994년에 Nagoya Citizen Art Festival Prize와 Darmstadt Stipendien Preis를, 96년에는 Darmstadt Kranichstein Musikpreis를 수상하였으며 2002년부터는 The Internationale Ferienkursefur Neue Musik Darmstadt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리코더 연주자이다. 그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Walter van Hauwe로부터 리코더를 수학한 연주자로 현대음악 연주에 뛰어나며 리코더 연주기법의 지평을 넓히고 새로운 가능성을 확장시키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그동안 세계 여러 곳의 음악제에서 독주무대를 열고 유럽, 미국, 터키, 홍콩 일본 등지에서 공연 및 워크숍을 가졌다.
이날도 토시오 호소카와의 곡과 베리오(Luciano Berio)의 곡을 솔로로 연주하고 빌라 로보스(Heitor Villa-Lobos), 피아졸라(Astor Piazzolla)의 곡들을 황경의 기타와 앙상블을 이뤄 한국팬들을 깊은 감동의 세계로 끌어들였다. 그는 알토리코더, 바로크 알토리코더, 테너리코더, 색소폰리코더 등 5종류의 리코더를 번갈아 연주하며, 대부분 초등학교 연습용 리코더만 들어왔던 청중들을 한껏 매료시켰다.
두 사람은 아르헨티나 탱고를 클래식 및 재즈와 결합시킴으로써 탱고의 대중화에 기여한 피아졸라의 탱고의 역사(Histoire du Tango)를 마지막 곡으로 연주한 뒤에도 청중들의 열광적인 앙코르에 2곡을 더 선사하고 무대를 떠났다.
-인터뷰-
황경과 스즈끼는 왜 그 많은 악기 가운데서 기타와 리코더를 선택했을까?
황경 : "혼자서 할 수 있기 때문이었죠. 혼자서도 연주를 할 수 있는 악기라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10살 때부터 기타를 만지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포크송이나 비틀즈의 음악을 연주하다가 14살 때부터 클래식을 연주하기 시작했습니다."
스즈끼 : "집안의 아저씨 한 분이 리코더연주자였어요. 그래서 5살 때부터 리코더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리코더가 빚어내는 소리가 맑고 고와서 리코더에 그만 푹 빠졌습니다."
이들 두 사람이 한국에서 받은 인상은 어떤 것일까?
먼저 황경의 반응을 보자. 태어나기는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아직도 한국 국적을 소유하고 있다는 황경.
황경 : "저는 언제나 제가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지니고 있습니다. 어쩌다 일본에서 한국과 일본의 운동경기가 벌어지면 반드시 한국팀을 응원합니다. 지난 월드컵 때의 한국인들의 열광적이었던 응원도 감동적이었고요. 그런 열정은 연주회에서도 나타납니다. 아무리 훌륭한 연주라도 일본에서는 청중들의 반응이 잠잠한 편인데 한국에서는 아주 뜨거운 반응을 보여주지요."
스즈끼 : "한국을 잘 모르기는 하지만, 오랜 역사를 지닌 나라라는 것과 전통음악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탈춤'과 '사물놀이', '아악'을 들어보고 감동을 받았습니다. 한국 음식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음악이 우리의 삶에 있어서 정서적인 행복감을 안겨주고 아름다운 꿈을 가꾸게도 한다는 황경과 스즈끼. 2001년 홍콩 공연 때 처음 만나 서로에게 시쳇말로 '필이 꽂혔다'는 두 사람은 서로 상대를 "어려운 곡도 완벽하게 소화하는 연주자"라고 추어올린다. 파트너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모습들이 참으로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