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전 일제에 항거했던 무정부주의자들에 대한 영화가 만들어진 적이 있었다. 제목 또한 무정부주의자를 뜻하는 아나키스트였다. 작품성은 잘 모르지만 아나키즘에 대해 거의 몰랐던 일반 대중들에게 그 의미를 알리는데 일조한 영화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그들에 앞서 여성의 몸으로 정부의 국가권력을 부정하며 아나키즘 설파에 생애를 바쳐온 여성이 있었다.
바로 엠마골드만이다. 고브노에서 극장 지배인의 딸로 태어나 1885년 미국으로 건너왔던 엠마골드만은 경찰들이 노동자를 무자비하게 진압해 노동자 6만여명이 숨진 시카고 헤마켓 사건에 충격을 받고 그때부터 아나키스트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시카고 헤마켓 사건을 경험한 엠마골드만에게 국가 권력은 '폭력' 그 자체였다. 이에 반대하며 활동하던 엠마골드만은 1893년 뉴욕에서 체포돼 1년간 투옥되기도 했는데 이때 신문들은 그를 악마로 묘사했다.
그러나 이런 악조건이 엠마골드만의 사상을 막을 수는 없었다. 1906년 러시아 출생의 A.버크만과 함께 <어머니의 대지>라는 기관지의 편집을 맡고, 이듬해 1907년 암스테르담의 무정부주의자대회에 참석하는 등 그는 열정적으로 활동했다.
엠마골드만은 아나키즘을 '새로운 사회질서의 철학' 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인간정신에 대한 지배권으로서 종교, 인간적 필요에 대한 지배권으로서 재산, 인간행위에 대한 지배권으로서 정부'라고 규정지으며 이 모든 것들이 인간의 노예화와 그리고 그것이 수반하는 모든 공포의 거점을 표상한다고 맹비난했다. 열정적인 아나키스트이자 초기 여성운동적 행동을 보였던 엠마골드만, 그가 꿈꾸던 아나키즈적 사회는 점점 더 멀어지는 듯 하다. 국가 권력이 날로 비대해지는 이때 열정적인 아타키스트였던 그가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