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을 돕고 사는 이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가진 것이 넉넉한 이들?
그래, 그러리라. 우선 이녁 앞가림이라도 할 정도가 되어야 남을 돕든지 말든지 할 게 아니냐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생각이다. 그러나 자신도 어렵게 살면서 더 어려운 이웃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삶의 한갓 기쁨이다.
중부동 남부시장 안에서 과일 노점상을 하고 있는 한 할머니가 바로 우리의 그런 따뜻한 이웃이다.
정선영(67ㆍ금촌마을, 사진) 할머니. 홀로 사는 88세의 할머니를 남몰래 돕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간 기자에게 정 할머니는 "별로 한 것도 없십더. 그런데 우째 알고 오는지 모리겠네"라며 겸연쩍은 웃음을 짓는다.
큰 아이 고등학교 때 영감님을 여의고 홀로 딸 셋, 아들 하나, 사남매를 건사한 세월이 20여 년. 위로 딸 둘은 출가시켰고, 아들은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어 막내딸을 곁에 두고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
"우리 영감님이 에르븐(어려운) 사람을 보믄(보면) 못 참는 사람이었심더. 이녁 힘이 모자라믄 마을 사람들 도움을 받아서라도 에르븐 사람들 연탄도 넣어주고 쌀도 팔아주믄서 살았지예."
부창부수라 했던가. 영감님 떠나신 이후로는 홀로 된 할머니가 영감님 하시던 일을 물려받았다.
"에르븐 사람을 보면 넘(남)의 일 안 같십더. 그 할매도 혼자 살믄서 방세 10만원을 낸다카는데 얼매나 에릅겠십니꺼? 내가 한일이라고는 쌀말이나 팔아드린 일 뿐인데, 겨울 지낼 기름 한 도라무깡(드럼통)이라도 못 넣어 드리는기 마음에 걸립니더. 겨울 지내자면 얼매나 춥겠는기요." 주고도 더 주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마음씀씀이에 콧날이 찡해진다.
아이들이 다 바르게 잘 커 주어서 고마운 일이라면서도 공부를 곧잘 하던 딸들이 '어머니 힘드시다며 자신들은 한사코 대학을 가지 않고 하나 뿐인 남동생이 대학 가도록 양보한 것이 늘 마음에 아프다는 정 할머니.
어렵사리 전문대학을 나와 착실히 직장생활을 하며 어느새 서른이 훌쩍 넘은 아들이 며느리감을 데려오는 날만 손꼽아 기다려진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