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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매요 김정보의 한자이야기] 鳳(봉새 봉) 잡았다, 凰(..
사회

[매요 김정보의 한자이야기] 鳳(봉새 봉) 잡았다, 凰(봉황새 황) 됐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4/12/23 00:00 수정 2004.12.23 00:00

 국어사전에는 나오지 않는 속어이다. 뜻하지 않은 행운을 잡았을 때 '봉 잡았다'고 한다. 그 반대인 것을 '황 됐다'라 한다. 중국의 전설에 나오는 상상의 새 봉황은 모두 아실 것이다. 몸의 전반신은 기린, 후반신은 사슴, 목은 뱀, 꼬리는 물고기, 등은 거북, 턱은 제비, 부리는 닭을 닮고 깃에는 오색의 무늬가 있다는 새이다. 우리나라에선 청와대나 대통령의 상징물이다. 가끔 TV에서 대통령이 연설을 할 때, 연단 앞쪽의 무궁화가 가운데 있고, 새 두 마리가 마주 보고 있는 문양을 다들 기억하시리라.
 봉황은 모든 복과 행운의 상징이다. 높은벼슬을 봉경(鳳卿), 좋은 벗을 봉려(鳳侶), 아름다운 누각을 봉루(鳳樓), 피리 등의 절묘한 음을 봉음(鳳音)이라 하여 '봉'자가 들어간 말치고 나쁜 말은 없다.
 그런데 '봉황'이란 한 마리의 새를 보고 봉황이라 하는 것이 아니라 수컷 새를 '봉', 암컷 새를 '황'이라고 한다. 금실이 '봉가는 데 황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좋기 때문에 꼭 암수를 같이 불러 '봉황'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니 '봉 잡았다'하는 것은 자동적으로 '황'도 잡을 수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엄청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반대로 일이 뜻하지 않게 엄청나도록 나빠지면 '황 됐다'고 하는데 봉황 중의 암컷이 됐다는 말이다. (아! 아! 독자들껜 죄송하지만 젠장! 이라 쓰고 싶어 죽을 뻔했다) 그런데 왜 '황 잡았다'가 아니고 '황 됐다'냐고? 그야 물론 봉이 잡히면 황이 자동으로 끝장이 나게 되어 있는 것이라서 그렇다. 봉가는데 황가지 황 가는데 봉 안간다. 황은 혼자선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이게 우리나라 언어의 '관습'이다,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좋은 것은 다 남성이요 좋은 말은 다 남자가 먼저다. 신사숙녀, 남녀, 그런데 같은 말도 낮아지면 여자가 먼저와 '연놈'(국어사전에 조차 있는 말이니 이해하시라)이 되는 것이다. 점잖은 말도, 동물수준으로까지 와야 '암수'다. 그것도 상상속의 좋은 동물은 '봉황'이고 말이다. 왜? '황봉'이면 어때서?


자료제공 : 중부동 매곡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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