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12월 25일 성탄절 휴일. 서울 충무로 거리에 자리 잡고 있던 21층의 대연각 호텔에서 화재가 발생해 투숙객 167명이 목숨을 잃었고 63명의 부상자가 발생하여 당시로는 세계 호텔 화재 사상 최악의 재난으로 기록되었다.
2층 커피숍에서 프로판 가스 취급 부주의로 시작된 불은 호텔 내부를 꾸미고 있던 나일론 주단과 목재를 태우고 순식간에 위로 번져 지상 21층의 건물을 삽시간에 불바다로 만들어 버렸다. 밤 12시에서 새벽 4시까지 통행금지가 있던 그 시절이었지만, 한 해를 마감하는 연말인 데다가 일시적으로 통행금지가 해제되는 성탄절 휴일이라 호텔 객실을 가득 채운 투숙객들은 날벼락처럼 들이닥친 화마에 어찌할 바를 모르며 창가 여기저기에 목을 내밀고 구조를 요청하며 처절한 몸부림을 했다.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지옥이 따로 없었다. 더러는 구조를 기다리다 못해, 그리고 맹렬한 불길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뛰어내리기도 했다.
불이 나자 소방당국은 서울 시내에 있는 44대의 소방차 전부를 동원하여 사력을 다해 진화작업에 나섰지만, 사다리차는 고작 2대에 그나마 물길은 겨우 6층까지 밖에 이르지 못해 21층 건물 전체를 덮고 있는 불길을 잡기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이 화재 이후 정부에서는 대형 건축물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했고 화재 진압을 위해 대형 사다리차의 도입을 적극 추진하게 되었으나, 그 뒤로도 72년의 서울 시민회관화재와 74년 서울 대왕코너화재, 84년 부산 대아관광호텔화재, 86년 충남 독립기념관본관화재, 99년 경기도 화성 씨랜드청소년수련관화재, 그리고 지나해 2월의 대구지하철 중앙역 화재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큰불이 나 아까운 목숨과 재산을 잃었으니, 사고 날 때는 부산을 떨다가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 잊어버리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