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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말살이 글살이] '을유년'은 아직 멀었다..
사회

[말살이 글살이] '을유년'은 아직 멀었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5/01/06 00:00 수정 2005.01.06 00:00

 해가 바뀌어 2005년이 되니 신문이나 방송이 모두 '을유년(乙酉年) 새해 아침이 밝았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신년사에도 한결같이 '을유년'이란 말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는 몰라서 하는 소리로, 아직은 을유년이 아니다.
 갑신년(甲申年)이니 을유년(乙酉年)이니 병술년(丙戌年)이라고 하는 것은 음력 연호다. 그러므로 설날인 2월 9일이 되기 전까지는 여전히 갑신년이지 을유년이 아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2월 8일 밤 자시(子時)인 11시 정각부터 닭 띠 해인 을유년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새해 1월 1일부터 2월 8일 밤 11시 전에 태어난 아이는 원숭이 띠이며 갑신년생이고 그 시각 이후에 태어나야 비로소 을유년생 닭띠가 되는 것이다. 그냥 '2005년 새해 아침이 밝았다'고 하면 될 것을 공연히 한자말을 써서 유식한 체 하려다 무지가 탄로 난 꼴이다.
 지난 2000년에 21세기가 시작되는 해라고 온 세상이 떠들었던 적이 있었다. 오늘날 우리가 쓰고 있는 서력기원은 다 알다시피 예수가 탄생한 해를 원년으로 삼았기 때문에 그로부터 100년까지가 1세기, 101년부터가 2세기, 201년부터가 3세기가 되므로 21세기는 2001년부터 시작되는 것인데도 매스컴은 2000년부터 21세기라고 야단법석을 떨었다.
 이렇듯 뻔한 사실을 두고 흥분한 언론이 앞장서서 난리를 피우고 국민들은 멋모르고 맞장구를 친 것이다. 신문과 방송은 말살이 글살이의 바른 길잡이가 되어야 하겠지만, 독자들도 언론이 잘못 쓰는 말과 글을 무작정 따라 쓸 것이 아니라, 스스로 글쓰기와 말하기의 임자 노릇을 할 수 있어야 할 터이다.

<교열부 designtimesp=7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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