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이후에 태어난 젊은이들은 모를 것이다. 한 때 이 나라의 밤이 4시간이나 묶여있었다는 것을…
밤 12시만 되면 어김없이 울려 퍼지는 사이렌 소리. 그때부터 세상의 빛과 소리는 한 순간에 사라지고 일순간 고요만이 감돌았다.
지금이야 밤을 낮 삼아 사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지만, 그 땐 밤 12시만 되면 새벽 4시가 될 때까지 대문밖에 조차 나갈 수가 없었다. 그것도 한 두 해가 아니라 1945년부터 1982년까지 무려 37년씩이나.
야간 통행금지는 1945년 9월 미군정사령관 하지 중장이 내린 미군정포고령 제1호에 의거하여 실시되었고, 그 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어서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본래 야간 통행금지 조치는 간첩과 불순분자의 야간활동을 금지하려는 명목으로 실시하였지만, 실제로는 이를 빌미로 권력자들이 국민을 통제하는 통치의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따라서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안보 논리를 적용하여 공산주의자로 몰아붙였으므로 온 국민은 자신의 일상생활을 부당하게 제약당하면서도 찍소리 못하고 숨죽이며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야만적인 야간통금을 1980년 이른바 12·12사태로 불리는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틀어쥔 전두환의 신군부가 풀어놓았으니, 실로 아이로니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정통성의 하자와 정권의 부도덕성을 만회하기 위해 장발단속 완화, 교복의 자율화, 해외여행 자유화 등 온갖 유화책을 내놓았던 신군부가 그때 함께 내놓은 것이 바로 야간 통행금지 해제 조치로 1982년 1월 5일 자정, 그러니까 82년 1월 6일부터 이 땅의 민초들은 비로소 잃어버렸던 밤을 되찾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