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산지킴이' 지율 스님의 청와대 앞 '58+' 단식농성이 13일로 79일째에 접어들었다. 그런데도 청와대도 정부도 정치권도 모두 오불관언이다.
설마 그럴리야 있으랴만, 다들 '저 비구니가 어디까지 가는지 보자'는 투로 비친다. 열흘도 아니요, 한 달도 아닌 이 긴긴 세월을 영하의 찬바람이 살을 에는 저자거리에서 마냥 굶고 있으니 저러다 큰일을 치르겠다 싶어 걱정이다.
아닌 게 아니라 최근에는 스님이 마치 신변을 정리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스님에게 아무 힘도 되지 못하고 지켜만 보아야하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졸이게 하고 있다.
천성산대책위 홈페이지(www.cheonsung.com)에 여동생과 박영관 부산시교육위원의 글에 단 댓글도 '신변 정리'를 짐작케 하고 지난해 12월 30일 <오마이뉴스 designtimesp=4281>와 가진 인터뷰 기사를 봐도 그렇다.
이 인터뷰에서 스님은 얼마 전 천성산과 관련한 영상물을 만든 것을 두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할 수 있는 일들을 미리 해놓아야겠다는 생각에 시디 제작에 들어갔던 것"이라고 말했다 한다.
그리고 다음날인 31일에는 여동생을 서울 거처로 불러 자신이 쓰던 휴대전화를 넘겨준 것으로 알려졌다.
스님의 여동생은 지난 3일 천성산대책위 홈페이지에 올린 '서울에서 돌아오며'라는 제목의 글에서 “언니의 생명은 다 타고 심지만 남은 촛불과 같다. 이렇게 몇 년 동안 삶의 모든 것을 던지고 생명까지 내어서도 지켜내지 못한다면 어느 산과 어느 바다를 지킬 수 있을 것이며 누가 또다시 생명을 내어 던져 자연을 지키려고 싸워줄까요”라고 애끓는 심정을 토로했다.
이에 대한 스님의 댓글에는 세상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끝내 이녁의 몸 하나를 사를 수밖에 없는 듯한 스님의 속내가 언뜻 내비친다.
“우리는 모두 죽음이라는 덫에 걸려 있고 죽음을 비극이라 생각해서는 안 되지만 세상의 인연 또한 그지없이 소중했었다”
공사를 강행해 어서 빨리 고속철을 타고 싶은 사람들에게 지율 스님은 한갓 짐스럽고 버거운 비구니에 지나지 않을지 모르지만, 세상이 어찌 이토록 야박 할 수가 있는가.
지율 스님을 저대로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 청와대가 직접 나서든지 정부의 책임 있는 사람이 나서든지 누구든지 속히 나서서 지율 스님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 그리하지 않고 머뭇거리다 자칫 우리 모두가 씻을 수 없는 죄인이 되어서는 안 될 일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