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1일, 전교조 양산지회장 선거에서 경쟁자 없이 단독 출마했던 이영욱(43,웅상여중)씨가 유효투표의 96.9%라는 압도적인 찬성표를 얻어 당선됨으로써 양산 최초의 여성 지회장이 탄생했다.
"양산 교육현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겠다"는 포부를 밝혔던 이영욱 지회장. 지난 4일 전교조 양산지회에서 운영하는 청미래 캠프에 방문해 이 신임지회장을 만나 그가 생각하는 양산교육의 문제와 앞으로의 활동방안에 대해 들어보았다.
기자 : 우선 지회장에 당선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성을 가지고 논하는 것은 그렇지만 그래도 보수적인 양산에서 최초의 여성지회장이 되셨는데, 그래서인지 강성이 아닌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교육청과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해 나가실 계획입니까?
이영욱 지회장 : 우선 교육청과는 자주 접할 생각입니다. 지금까지와 같이 문제가 생긴 이후 만나기보다는 문제가 발생하기 전 미리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교육청과 전교조는 서로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며 학생들을 위해 함께 손잡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 많은 사람들이 무엇보다 교육개혁이 가장 시급한 현안이라고 말합니다. 교육계 내부의 보수성으로 인해 교육개혁이 쉽지 않습니다. 그런 교육현실과 지역사회 전반의 보수성 때문에 교육개혁이 힘들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이러한 보수성을 깨뜨릴 어떤 방안이라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영욱 지회장 : 큰 둑도 작은 개미구멍으로 무너진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교육개혁에 대한 작은 걸음들을 해왔습니다. 지금 당장 이루어 내는 것은 어렵겠지만 아이들을 위하는 마음으로 호소하고 의견을 개진하며 묵묵히 현장을 지켜나간다면 언젠가는 통할 것이라고 봅니다.
기자 : 관내 교육문제에 대해 말하는 사람 중 상위성적 학생들의 역외 유출현상으로 명문대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드물다고 지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교사들의 평균 재임기간도 짧고 이후 웅상 지역이 분동될 시 농어촌 혜택도 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성적만으로 교육을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만, 그래도 현실적으로 이를 무시하기도 힘들어 보입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영욱 지회장 : 그것이 참 고심거리인데요, 이것은 학생들의 문제라기보다는 학부모들의 문제라고 봅니다. 명문대에 나오지 않고는 성공하기 힘든 불합리한 사회구조로 인해 성적지상주의가 팽배해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부모들의 의식개혁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언젠가 학생들과 연극공연을 준비할 때 공연 5일을 앞두고 한 학부모가 전화를 걸어와 자녀가 학원을 다녀야 하니 공연에서 빼달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이들이 원하는데 꼭 그렇게 해야겠냐'며 '오로지 성적만을 중시하는 현실은 잘못된 것'이라는 말과 함께 '이런 현실을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느냐'고 했더니, '잘못된 것 맞다'며 물려주고 싶지는 않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다시 '그래도 자기 아이는 빼달라'고 했거든요(웃음), 그만큼 현실로 인한 의식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선적으로 저는 2월쯤부터 학부모에 대한 강좌를 시작으로 이런 인식들을 변화시켜 나갈 생각입니다.
기자 : 그런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클 것으로 보이는데요, 학교 입장에서는 성적은 학교의 존폐와도 연결될 만큼 중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학부모들에 대한 의식개혁만으로는 조금 부족할 듯도 싶습니다. 둘 다 만족할만한 그런 방안은 없을까요?
이영욱 지회장 : 이게 참, 사람들이 잘못알고 있는데요, 학생들이 창조적 활동이나 취미 활동을 한다고 해서 성적이 떨어지지는 않거든요. 오히려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제가 삼성중학교에 있을 때 전교조 교사들은 학생들 놀게만 만든다고 비난한 적이 있어요. 교장이나 교육청 관계자들이 밖에서 학부모들을 만나 그런 비난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성적 통계까지 뽑아 사실이 아니라고 했지만 먹히지 않았어요. 학부모들은 오로지 공부만 시키면 된다는 생각들이 팽배해 있습니다. 저도 성적이 올라가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의 창조적 활동과 다른 활동도 보장받으며 함께 성적도 올라가면 좋고, 그게 가능하다고도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성적향상을 위해 어떤 방안을 마련한다고 해도 교장선생님들이 1~2년이면 떠나가고 장학사들도 1년마다 떠나가는데 일관성 있는 정책이 되겠습니까? 저는 학생들의 성적향상을 그토록 바란다면 철새처럼 1년마다 떠나가지 말라는 말부터 하고 싶습니다.
기자 :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은?
이영욱 지회장 : 망설이다 힘닿는 데까지 해보자는 생각으로 출마했었습니다. 아이들이 행복하고 선생들도 행복한, 그래서 모두가 행복한 교육현장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그런 제 개인의 바람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