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사립고교 교사가 검사를 아버지로 둔 학생의 기말고사 시험 답안지를 대신 작성해준 사실이 드러나 검찰에 고발된 일을 두고 학부모 사회가 크게 술렁였다. 안 그래도 고교 등급제와 수능시험 부정 등으로 학부모들의 가슴이 시커멓게 타 들어가던 터라 이 사건이 가져다 준 충격이 여간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또 서울 강남의 한 중학교에서도 교사가 학생의 답안지를 대리작성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하고,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는 지난해 수시입학 전형에서 당시 이 대학 입학처장이던 사람의 아들이 부정으로 합격한 혐의가 불거진데 이어 또 다른 한 대학교 교수는 자신의 퇴진 운동을 벌이고 있는 학생회 간부에게 돈봉투를 건네려 했다가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중학교 체육교사인 한 아무개씨는 지난해 2학기 기말고사에서 자신이 골프를 가르치고 있는 학생 두 명의 영어, 사회 과목 답안지를 고쳐주었다고 한다.
한 교사는 "성적이 최하위권인 학생들을 서울에서 골프부를 운영하는 고등학교에 진학시키기 위해 시험답안 대리작성을 했다"고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했다고 한다.
내신성적이 좋지 않고 수능성적도 중간 정도인 학생이 대학의 수시 영어논술 시험에서 지원자 2,667명 가운데 유일하게 만점을 받았다면 누구라도 의혹을 품지 않을 수가 없다. 입학관리를 담당하는 입학처장으로 있던 학생의 아버지는 자신이 잘 아는 선배 교수를 출제위원으로 선정했다고 해 의혹에 더욱 불을 지른다.
학생회 간부에게 돈봉투를 건네려 했던 대학의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정계 진출을 노리고 국회의원선거 때마다 출마를 하며 휴직과 복직을 일삼아 온 김 아무개 교수다.
지난해 17대 총선 이후 신방과 학생들은 ‘수업권 보장’을 요구하며 김 교수를 상대로 퇴진운동을 벌여왔으며, 다음달 7일 시작되는 2005학년도 1학기 수강신청 기간에는 수업거부 운동을 벌이기로 결의한 상태다. 김 교수에 대한 수업거부와 퇴진 운동은 이 학과 학생들뿐 아니라 총학생회 차원에서도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 중학교든 고등학교든 대학교든 두루 썩어 있는데 학부모는 누구를 믿고 자식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겠는가?
시험 답안지가 교사에 의해 조작되고 대학입학 성적이 부풀려지고 교수가 학생들을 돈으로 매수하려하는 짓거리가 우리 교육계 전부의 일은 아니라 할지라도, 돈도 없고 권력에도 기댈 수 없는 보통의 학부모들의 마음은 서글퍼지지 않을 수 없다.
주변이 아무리 소란스러워도 애오라지 이 땅의 2세 교육을 위해 묵묵히 사표를 지키고 있는 올곧은 교사들을 위해서라도 교단의 비리는 발본색원 되어야 한다. 그래도 우리가 기댈 수 있는 언덕은 학교요, 스승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