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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영화마을]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사회

[영화마을]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5/01/27 00:00 수정 2005.01.27 00:00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designtimesp=10944>는 영화의 소재로만 본다면 새로운 것이 전혀 없는 아주 진부한 소재의 영화이다. 시한부 생명, 그것도 백혈병, 첫사랑, 음성편지 (연애편지의 일본적인 코드), 이루지 못한 사랑과 남겨진 자의 슬픔, 그리고 그 자리를 대신하는 새로운 사랑 등등의 소재는 수많은 소설과 영화 등에서 재탕 삼탕 우려먹은 단골 소재이다.
 이러한 식상한 소재들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접근하여 배치한 이 영화는 2시간 18분이나 되는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진부하지 않고 '이런 뻔한 소재를 가지고도 이렇게 새롭게 감성적인 영화를 만들 수도 있구나' 하고 감독(유키사다 이사오)의 역량에 감탄하게 만드는 영화이다.
 불치의 병으로 죽음을 앞둔 17세 소녀 아키가 궁금해 하던 것- '사람이 죽으면 사랑도 죽는 것일까', '전 잊혀진다는 게 너무 두려워요. 지금의 저를 사진에 담아주세요'. 소녀 없는 세상에서 17년을 더 산 소년 사쿠타로가 다시 찾은 첫사랑의 고향에서 하는 말- '왜 잊게 되는 것일까, 소중한 것들이 많았는데…'.
 첫사랑의 비밀을 평생 속에 품고 가슴 앓아온 사진관 아저씨와 그 사진관에 걸려있는 소년과 소녀의 안타까운 결혼예복 사진, 무균실 유리창 너머로 혼인신고서를 보여주며 청혼하는 소년, 17년 만에 소년에게 전해진 소녀의 마지막 음성편지(카세트 테이프), 그리고 살아남은 자의 몫을 하기 위해 '세상의 중심' 울룰루에 가서 소녀의 유골을 바람 속에 날려 보내는 것으로 소녀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서는 가슴이 뭉클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대부분의 영화에서 삼각관계는 작품 구성의 주된 축을 이루며 흥미를 배가시키는데, 이 영화는 죽은 자와 산 자의 삼각관계 구도로 산 자들 만의 삼각관계와는 달리 누구에게도 실연의 상처를 주지 않고 과거의 첫사랑과 현재의 새 사랑을 모두 포용하고 있다. 이 영화의 세 주인공 사쿠타로와 첫사랑 아키, 그리고 현재의 약혼녀 리츠코는 사실 과거 한 동안 같은 공간과 같은 기억의 공유자들이다. 카세트테이프라는 매개체와 태풍이라는 상황, 그리고 시고쿠라는 공간이 사쿠타로와 리츠코를 17년 전 서로의 추억 한 쪽에 숨겨져 있던 진실을 알게 해주었는데 병상의 아키와 사쿠의 음성편지(카세트테이프)를 열심히 전달해 주던 얼굴 없는 꼬마 소녀가 바로 리츠코였던 것이다.
 조금 덧붙이자면, 이삿짐 속에서 우연히 카세트테이프를 발견하고 17년 전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 태풍의 와중에 동경에서 시고쿠까지 가는 대목은 일본인의 국민성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무서운 느낌마저 든다.
 아쉬운 점으로는 17년 전의 메신저 꼬마소녀가 지금의 약혼녀라는 설정이 조금 작위적인 느낌이 들고, 마지막에 리츠코와 함께 '세상의 중심' 호주의 울룰루로 가다 차가 고장이 나서 울룰루까지 가지 않고 근처의 자그만 언덕에서 유골을 날리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소녀가 만족했을까…

(비디오 및 자료제공 : 스크린 비디오감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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