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그러면서 건설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그 사람은 하얀 봉투를 내밀었다. 봉투를 받아 보니 대략 30만원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정중히 사양하며 돌려주니 그 사람은 꼭 받아야 한다고 다시 봉투를 내밀었다. 다시 거절해도 마찬가지였다. 기자가 "정말 괜찮습니다"라며 계속 사양하자 그제서야 봉투를 집어넣었다.
설날을 일주일 앞둔 지난 1일의 일이다. 봉투를 내민 그 사람은 현재 관내에서 대형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회사 직원이었다.
이른바 설날을 앞두고 '인사'라는 것을 온 것이다. '하얀봉투'를 동반하고 '인사'를 온 그 사람을 정중히 돌려보내고 나서 들어와 보니 문득 화가 났다. "기자라는 사람들을 어떻게 보기에 그렇게 돈을 내밀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잠시 다시 생각해보니 "그동안 기자들이 어떻게 해왔기에 '알아서' 돈을 들고 찾아왔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정말 열심히 취재하고 공부하는 기자들도 있지만 지자체나 업체에서 주는 돈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보험성 뇌물'을 정중히 거절해야 할 기자들이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서서 챙기는 경우도 있다.
언론을 보고 사회적 공기라고 부른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중요한 사회적 공기이니만큼 그에 뒤따르는 책임도 크다.
관이나 업체에서 '알아서' 촌지를 찔러주는 것은 일선 기자들의 어두운 자화상이다. 촌지수수가 관행화된 언론계는 결코 국민들이나 시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다. 지금부터라도 일선 기자들이 곳곳에서 들어오는 '촌지'를 단호하게 거부해 기자라는 직업이 모든 사람들로부터 신뢰받는 직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