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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기고]'망각'의 '늪'에 빠진 한국인들..
사회

[기고]'망각'의 '늪'에 빠진 한국인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5/02/04 00:00 수정 2005.02.04 00:00

 인간을 보고 망각의 동물이라고들 한다. 그만큼 과거를 잘 잊는다는 말이다. 특히 어렵고 힘들었던 과거일수록 '망각'의 정도는 더욱 심하다. 그중에서도 대한민국 국민들의 어렵고 힘든 시절에 대한 '망각'의 속도는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르다.
 한국의 국민들은 불과 몇 십여 년 전 나라가 가난한 '죄'로 독일과 중동으로 내몰려 광부나 간호사 혹은 건설공사 노동자로 일하며 갖은 서러움을 겪었다.
 그렇게 고국을 떠나 외국에 나가 서러움을 받았던 이유는 단 하나, 바로 나라가 '가난'하고 '힘'이 없다는 이유였다. 말도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 노동자로 일하며 몇 푼 되지 않는 '달러'를 벌기 위해 한국인들은 처절한 삶을 살아갔다.
 그런 서러웠던 기억 때문일까? 나라가 '가난'하다는 '죄'로 '돈'을 벌기 위해 한국을 찾는 동남아인들에 대한 우리나라사람들의 반인권적 행태는 이미 유명하다.
 얼마전 부산출입국사무소에서 중국인 량준페이씨(중국. 40)씨가 폭행을 당했다. 량씨의 말에 따르면 무려 6명의 출입국사무소 직원들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한 '인간'을 '공권력'을 가진 '6명의 인간'이 집단 폭행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전자봉에 맞아 기절하면 찬물을 끼얹어 정신을 차리게 했다는 부분에 이르면 할말마저 잃게 한다.
 현재 인권위에서도 이 사건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조사 중이다.
 이 사건은 단순히 '인간'에 대한 '폭행'이 아니다. 이러한 '집단 폭행'의 이면에는 이주노동자, 그중에서도 중국,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 이주노동자에 대한 한국인들의 삐뚤어진 인식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공권력'을 가진 '6명의 한국인들'은 상대가 파란눈에 금발의 서양인이었다고 해도 과연 그런 폭행을 했었을까? 단언하건데 절대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파란눈의 서양인들은 한국보다 힘이 없지도 가난하지도 않다. 그들은 오히려 한국인들의 떠받드는 동경의 대상이다.
 그들의 '힘'과 '부유함'은 동경의 대상이므로 함부로 건드릴 수 없다. 하지만 동남아 이주노동자는 다르다.
 그들의 나라는 '힘'이 없거나 '돈'이 없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편하다. 그들의 우위에 서서 거만한 눈으로 내려 볼 수 있다. 마치 과거 고국을 떠난 한국인들이 당했던 인권유린을 동남아 이주노동자들에게 되갚아주려는 것으로 보인다.
 '옥시덴탈리즘'이라는 것은 동양과 서양을 이분법적으로 나뉘어 서양(서양인)이 월등히 우수하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지금 그 옥시덴탈리즘이 한국에서 변형돼 동남아 이주노동자들에게 고통을 가하며 그들의 눈물을 흘리게 하고 있다.
 동양 내에서도 '대한민국'보다 '잘사는 나라'와 '가난한 나라'를 나누어 가난한 나라와 그 나라의 국민들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유린하고 있다. 과거 서양인들이 한국인들을 깔보았던 그 거만한 눈초리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 동남아 이주노동자는 한국보다 '가난한 국가'의 '열등한 인간'이 아니다. 피부색과 언어만 다를 뿐 이 땅에서 숨쉬고 있는 우리와 '동등한 인간'이다.
 이번 '집단폭행'사건을 거울삼아 지금부터라도 우리 모두 이주노동자를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을 거두자. 불과 몇십년 전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에 나가 겪었던 그 모진 서러움을 생각한다면 결코 그래서는 안된다.
 지금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을 내려다보는 삐뚤어진 차가운 시선이 아니라 동등한 관계에서 나오는 따뜻한 시선이다.
 '인간', 너무나 소중하며 동등한 존재다. '인간'을 나와 동등한 '인간'으로 바라볼 때 인간으로 대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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