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유년 닭띠 해 설날이다. 지금은 좀처럼 듣기가 어렵게 되었지만, 세상이 이처럼 분주하고 시끄럽지 않던 때에는 닭울음소리가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첫 소리였다.
닭울음소리는 어둠을 쫓고 새벽을 여는 희망의 소리요, 어둠을 틈타 꿈틀대는 온갖 삿된 것들을 내치는 소리다.
닭은 우리네 건국신화에도 등장할 뿐만 아니라 천지개벽을 풀어내는 무가에도 나타난다.
혁거세가 태어날 때 계룡이 나타났고, 김알지가 알로 출현할 때 흰닭이 계림에서 울었다.
이성계는 '꼬끼오' 우는 닭꿈을 꾸고, 높고 귀한 자리인 조선의 국왕이 되었다.
제주도의 천지개벽을 이야기하고 있는 '천지왕본풀이'에서는 이 세상이 처음 개벽할 때 천황닭(天皇鷄)이 목을 들고, 지황닭(地皇鷄)이 날개를 치고, 인황닭(人皇鷄)이 꼬리를 치며 크게 울자 비로소 먼동이 트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선인들은 왜 닭이 울자 세상이 열리고, 영웅이 태어난다고 믿었을까?
이는 아마도 닭이 울 때마다 어둠이 걷히고 밝은 아침이 왔던 나날의 자연현상을 보아왔던 옛사람들의 생각이 쌓이고 쌓여 형상화되고 상징화 된 것이리라.
우리나라에서는 일찍이 닭을 길조로 여기고 닭에게는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다섯 가지 덕 즉, 信ㆍ隣ㆍ勇ㆍ武ㆍ文가 있다 하여 이를 기렸다.
△새벽이 열림과 함께 어김없이 때를 알려주니 믿음이 있고[信] △먹을 것을 놓고 홀로 쪼지 아니하고 서로 불러들이니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이 각별하다.[隣]
△행여 적이 나타나기라도 하면 달려가 용감히 싸우니 용맹스럽고[勇]
△발에는 날카로운 발톱이 있으니 굳세기도 하다.[武]
△머리에 우뚝 솟은 볏을 달고 있으니 이는 벼슬을 상징하는 것이다.[文]
서로 물어뜯고 할퀴며 상생보다는 상극을 일삼으며 저마다의 힘을 소진했던 갑신년도 가고 이제 상스러운 동물인 닭의 해, 을유년이 되었으니 올 한해는 삿된 모든 것을 뿌리치고 밝고 희망찬 나날을 보내었으면 한다. 설날에 즈음해 닭의 오덕을 되새겨 보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