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호주제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림에 따라 호주제는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
법무부는 지난 2003년 9월 호주제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한 민법개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그동안 한나라당의 소극적인 태도로 법안처리가 미뤄져 왔다. 이런 가운데 여야는 최근 이번 임시국회에서 이 개정안을 합의 처리하기로 해 다시 한번 호주제 폐지 논란이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었다.
그런데 헌재가 이 부분에 대한 논란에 마침표를 찍음으로써 이 제도 폐지를 뼈대로 한 민법개정안 통과는 물론 1인 1적제도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신분등록제 법안도 별다른 저항 없이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이은영 의원은 "2월말이나 3월 1일쯤 민법개정안이 본회의에서 의결돼 호주제도가 완전히 폐지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법무부와 대법원도 호적제를 대체한 신분등록제 방안 등을 포함한 보완입법을 민법개정안 통과시점에 맞춰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
그러나 민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호주제가 폐지되더라도 호적업무의 변경 등을 위해 2년간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해 새로운 신분등록제는 2007년쯤에나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4년간의 심리 끝에 내린 이번 결정은 양성 평등과 개인의 존엄성이 혼인과 가족제도에 관한 최고의 가치규범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성균관 등 유림단체가 “전통 가족질서를 해치는 최악의 평결”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새로운 신분등록제가 시행되기까지에는 적잖은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제가 폐지되면?
호주제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남성 가장에게 일방적으로 권위와 책임을 지웠던 호주제는 사라지고 대신 남녀가 평등한 가족 개념이 자리 잡게 된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는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의 민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정부가 지난해 6월 국회에 제출한 이 개정안은 '호주' 개념을 폐지하고 호주와 다른 구성원으로 규정된 가족의 개념을 배우자와 직계 혈족, 형제자매 등으로 새롭게 정하도록 하고 있다. 자녀의 성과 본은 아버지의 것을 따르는 것이 원칙이지만 부모가 협의할 경우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를 수도 있다. 또 여성이 재혼 때 데려간 아이도 새 아버지의 성을 쓸 수 있으며, 입양된 아이가 친아버지의 성을 버리고 양아버지의 성을 따를 수 있다.
호주제를 대신할 새로운 신분등록제도도 국회에 제출된 상태. 법무부와 호적사무를 관장하는 대법원은 1인당 한 개의 신분등록부를 갖는 '1인 1적' 법안을 지난달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호주를 중심으로 부모의 성명, 배우자, 미혼자녀 등의 신상정보가 기재되는 기존 호적등본과 달리, 국민 개개인을 기준으로 본인의 출생ㆍ혼인ㆍ입양 정보와 배우자, 부모, 자녀, 형제자매 등 가족의 신분관계가 표시된다.
여성이 결혼해도 자신의 신분등록부에 남편 기록을 덧붙이게 돼 현재와 같이 결혼했다고 '호적을 파가는 일'은 없어진다. 미혼모는 자신의 신분등록부에 아이를 올릴 수 있고 생부와 협의해 자신의 성을 아이가 사용하도록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