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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책과 더불어]티티새
사회

[책과 더불어]티티새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5/02/17 00:00 수정 2005.02.17 00:00
유년의 마지막 추억

 사람들은 추억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고 한다. 유년시절의 추억은 더욱 애뜻해 오랜만에 찾아간 유년시절 추억의 장소가 없어져버리면 자신의 일부를 잃은 듯 서글프다.
 티티새의 주인공 마리아 역시 유년시절의 소중한 추억을 가지고 있다. 첩의 자식이라는 자신의 상황에 슬퍼하거나 화를 내지 않고 엄마와 이모내외, 사촌들과 함께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즐겁게 자라난다.
 관광객들을 상대로 여관을 운영하는 이모내외와 침착하고 자상한 사촌언니 요코, 제멋대로에 자존심 강한 사촌 츠구미, 그리고 언제나 기억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바다.
 특히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약해 가족들의 보호아래 제멋대로의 성격으로 자라버린 츠구미는 마리아에게 특별하다. 타인에 대한 배려나 겸손함을 찾아볼 수는 없지만 언제나 죽음과 맞닿아 있는 그녀는 미워할 수가 없다.
 대학진학과 가족의 화합으로 도쿄로 떠나온 마리아에게 츠구미는 그저 추억의 한 부분으로 남아가던 중 자신의 유년시절이 고스란히 담긴 이모네 여관이 곧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듣고 여름방학동안 이모네에 머물게 된다. 오랜만에 만난 츠구미는 하나도 변하지 않고 여전히 제멋대로지만 어느날 마을에 나타난 낯선 아이, 쿄이치를 만나 사랑을 하면서 조금씩 성장한다.
 티티새는 어느 한적한 여름 바닷가를 배경으로 소녀에서 여자로 탈바꿈하는 열아홉 살 두 소녀의 우정과 사랑을 그리고 있다. 또한 죽음 저편에서만 세상을 바라보던 주인공 츠구미가 첫사랑을 가슴에 안으면서 그 힘으로 죽음의 이편에서 세상을 보듬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고열에 시달리며 병원에 입원해 자신이 죽을 거라 믿고 마지막으로 마리아에게 보낸 츠구미의 편지에서는 그 여름을 보내며 한층 성숙하고 성장한 츠구미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그런 츠구미를 옆에서 지켜본 마리아도 이제 완연한 스무 살의 여인으로 성장했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단순한 인물 묘사가 아니라 행동과 말투, 다양한 사건 등을 통해 츠구미, 마리아, 요코 언니의 캐릭터를 실감나게 만들어냈다. 특히 여름 바닷가를 둘러싼 아름다운 풍경이 그림을 그리는 듯한 생기 넘치는 묘사로 그려졌다.
 요시모토 바나나 특유의 예민한 감성과 문체가 ‘너무 맑아서 조금은 정처 없고, 절박하기도 했던’ 사춘기의 소녀의 내면을 잘 묘사해내고 있다.
 작가의 후기에는 이 소설이 작가 자신의 유년시절을 바탕에 두고 있다고 한다.
 10여년이 넘게 휴가 때마다 한 곳의 여관만을 고집한 아버지덕분에 그곳은 마치 유년시절 또 하나의 고향 같다고... 그리고 자신의 유년시절을 돌아보면 제멋대로에 자신만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츠구미는 자신의 어린시절 모습이라고 회상한다.
 이렇듯 츠구미는 말괄량이 같은 소녀 시절을 지낸 사람들에게 따뜻한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츠구미는 바로 우리 주위에 가까이 있는 그 누구일 수도 있고, 바로 어린 시절의 나 자신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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