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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시가 있는 마을]꽃과 거짓말..
사회

[시가 있는 마을]꽃과 거짓말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5/02/17 00:00 수정 2005.02.17 00:00

 <혈액형으로 알아보는 밸런타인데이 designtimesp=32717>, <밸런타인 특명, 내 남자 사로잡기 designtimesp=32718>, <밸런타인데이, 이런 날도 있다 designtimesp=32719>, <로맨틱 밸런타인데이 designtimesp=32720>, <밸런타인데이 초콜릿 선물 designtimesp=32721>……
 밸런타인데이(Valentine Day)가 어떤 유래를 가지고 있는 지는 정확히 몰라도, 여자가 사랑하는 남자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이라는 정도는 어린애나 노인네들도 알만큼 밸런타인데이는 널리 알려진 날이다.
 애정을 담보로 하는 상업적 기교도 밸런타인데이를 홍보하는데 한몫 하였다는 생각이 든다.
 초콜릿이 담고 있는 함축적 의미야 말할 것도 없이 사랑이다. 달콤하고, 부드럽고, 자꾸 생각나게 하는 그 과자의 맛이 애정을 표현하기에는 아주 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몇 년 전 밸런타인데이를 앞둔 날, 빵집에 들렀다.
 빵 가게 안주인은 아주 재치가 있고 유쾌한 사람인데다 인심도 좋아 가게는 항상 붐비었다.
 알록달록한 포장의 초콜릿들이 거의 다 팔려나간 진열대에는 아주 비싸 보이는 커다란 초콜릿 바구니가 놓여 있었다.
 꽃과 샴페인과 가지각색의 초콜릿과 사탕과 하트 장식.
 호기심에 "저런 건 얼마나 하느냐"고 묻자 안주인은 내가 그 초콜릿 바구니가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고 판단했든지 "값을 알면 놀라 기절할 정도의 가격"이라고만 말해 주었다.
 그러면서 "나도 저런 걸 팔고 있는 사람이지만, 꼭 저런 걸 찾는 사람이 있다"고 말하고는 "사랑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큰 선물을 하고, 상대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이 화려한 걸 고른다"고 한다.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했더니, "사랑의 거품이 얼마나 되는지, 이 나이쯤 되면 보기만 해도 알게 된다"고 말하면서 유쾌하게 웃는다. 나도 덩달아 웃으면서, '사랑을 말하기가 쑥스러울 만큼 나이가 들었지만, 아직 보기만 하면 사랑의 거품을 알 수 있는 나이가 아니니, 세월이 좀 더 지나야 할밖에'라고 생각하며 그 가게를 나왔다.
 어느 날 저녁 나는 꽃다발을 한 아름 안고 활짝 웃는 여자와 그 여자의 어깨에 손을 얹고 흐뭇하게 내려다보며 걷고 있는 남자를 보았다.
 이제 스물을 갓 넘겼을 만한 그 남녀의 모습과 꽃다발을 보면서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울렁거렸다.
 
 너는 거짓말을 하고 / 너는 꽃을 주고 / 너는 사랑한다 하고 // 나는 꽃을 받고 / 나는 거짓말을 하고 / 나도 사랑한다 하고 // 그 사이에 거짓말처럼 꽃이 피고
 
 -졸시, <유희13 designtimesp=32738> 전문-
 
 나는 이 시로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장난치듯 사랑하고 거짓이 난무하는 이 시대의 사랑법에 일침을 놓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어떤 누구의 사랑이라도 적어도 사랑하는 그 순간만은 거짓이 아님을 모르는 사람도 아니다. 그렇다면 사랑이란 꽃과 거짓말 사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밸런타인데이 아니라도 사랑은 피어나고, 그 사랑 속에도 거짓은 있겠지만, 사랑하는 그 순간만은 아름다운 꽃 피어나듯, 우리는 행복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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