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사이, 특히 부부사이의 갈등, 이것은 참으로 인생살이를 곤비(困憊)케 한다.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과의 갈등이야 그 사람과의 관계를 끊음으로써 일단 문제를 피할 수 있으나 가족관계는 그럴 수 없는 것이다.
더러는 부부 사이에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선택하기도 한다지만, 그것은 섣불리 결정할 방법이 아닐 뿐더러 그렇게 하였다고 하더라도 갈등의 앙금은 좀처럼 거두어지지 않은 채 문제의 당사자들을 두고두고 괴롭히게 마련이다.
부부 사이가 원만한 가정에서는 다른 가족과의 갈등도 쉽게 풀어나갈 수 있다.
반면, 부부사이가 원만하지 못하면 그것은 곧 다른 가족들에게로 파급되기 마련이다.
부부가 서로 금실이 좋으면 시부모 또는 처부모와의 갈등도 어렵지 않게 극복될 수 있지만, 반대로 부부사이에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경우에는 부모들과의 관계 또한 파란이 일 수 밖에 없다.
자녀들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늘 다투는 부모는 자녀들에게 곰살궂게 대할 수 없지만, 부부관계가 평탄하다면 자녀 문제에도 항상 너그럽게 대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 가족의 화목과 불화는 전적으로 부부관계에 달려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리라.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갈등 없는 결혼생활을 영위해 나갈 수 있을까?
부부관계가 언제나 갈등 없이 원만하게 이루어진다면 오죽이나 좋을까만, 그것은 마치 일년 365일을 하루같이 쾌청하기를 바라는 것만큼이나 허망한 일이다.
역설 같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갈등도 있는 것이다. 나와 아무 상관없는 남이라면 허물이 있어도 외면할 수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미주알고주알 잘 잘못을 따지게 되고 이래라 저래라 참견을 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부질없이 다투기도 하고 공연히 얼굴을 붉히는 것이 가족관계다.
그러기에 잠시 가족 갈등의 회오리에 휘말렸더라도 그것에 지나치게 부대낄 일은 아닐 것 같다.
"왜 우리는 항상 이럴까?"
"우리는 왜 이렇게 문제가 많은가?"
이렇듯 늘 자조하고 괴로워하는 것은 오히려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그것은 어느 가정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삶의 한 과정쯤으로 생각하고 넉넉한 마음으로 대처한다면 꼬인 매듭이 슬그머니 풀리게 된다.
이처럼 갈등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도 금물이지만 그렇다고 갈등을 너무 안일하게 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했듯이 비록 별것 아닌 작은 문제라도 그것이 자꾸 쌓이다 보면 결국은 감당하기 어려운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갈등을 해소하게 되면 지금까지의 괴로움은 기쁨으로 바뀔 수 있고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부부관계는 한층 더 성숙되는 것이다.
인생살이에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크고 작은 갈등, 그것의 매듭을 하나하나 풀어가는 과정에서 인생의 참된 묘미가 생겨난다.
그렇다면, 부부사이의 갈등을 치유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생각나는 대로 몇 자지 방법을 제시해 본다.
[먼저 이해해 주라]
한 지붕 아래 살고 있는 부부도 결혼 전에는 저마다 다른 생활양식과 습관을 지니고 살아왔던 사람들이다.
여기에 바로 갈등의 요인이 숨어있다. 이런 서로 다른 점을 무리하게 일치시키려 하면 마찰이 일어날 수밖에….
상대방을 나의 방식대로 고치려 하지 말고 상대방의 나와 다른 점을 이해하도록 노력하라.
세월이 약이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일치하게 마련이다.
[상대방의 약점을 건드리지 말라]
역린(逆鱗)이란 말이 있다. 전설 속 동물인 용의 목께에 다른 곳과는 달리 거슬러 난 비늘이 있는데 이를 가리켜 역린이라 한다.
용은 원래 온순한 동물이어서 주인에게 잘 길들여진다고 하지만, 어쩌다 주인이 실수를 하여 이 역린을 건드리게 되면 몹시 사나워져 주인을 물어 죽이기까지 한다고 전해지고 있다.
사람들에게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한 두 개쯤의 역린을 지니고 있게 마련이다.
"못 배워먹은 티를 내는구먼"
"남들처럼 돈을 많이 벌기라도 하면 몰라…"
무심코 한 말일지라도 이런 말들은 모두 상대방의 역린을 건드리는 말들이다.
더구나 상대방이 못 배운 것에 한이 맺혀있거나 남보다 적은 수입에 잔뜩 주눅 들어 있는 처지라면 이런 말만은 결코 내뱉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당사자로서는 참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마음의 상처가 될 테니까.
[극단적인 말을 삼가라]
"그래, 이혼하면 될 거 아냐"
"좋아, 끝장내자구…"
아무리 감정이 격해지더라도 최후의 한 순간까지도 아껴야 할 말이 있다.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은 어쩌면 다툼이 잦은 부부들을 위한 경구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정 분통을 터뜨리고 싶으면 차라리 이런 반어법을 써 보자.
"바보 같은 양반! 내가 자기를 얼마나 자랑스럽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고…. 십년 넘게 산 아내의 속마음도 모르는 멍텅구리!"
"아이구, 속 터져. 저런 앙칼진 눈매가 그래도 내 눈에는 예쁘게만 보이니 아무래도 내 눈이 삐었지 삐었어."
이쯤 되면 서로 피식 웃고 다툼은 싱겁게 막을 내릴 수밖에.
[다툼이 끝났을 땐 마무리를 멋지게 하라]
다툼의 열기가 어느 정도 수그러들었다 싶으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상대방을 덥석 안아줘라.
스킨십, 갈등해소에는 서로 끌어안고 부비는 것 보다 더 좋은 처방이 없다.
다툼의 열기가 뜨거웠으면 사랑의 스킨십도 그만큼 더 뜨거워져야 한다.
뒷마무리가 멋지면 조만간에는 2차전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어도 좋다.
마파람 / 행복한 가족관계 전문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