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 업 식
학교에서 2월은 한 학년을 마무리하는 달이다.진급과 졸업이 이루어지고 새내기를 맞을 준비도 한다.
이렇게 보면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 2월에 종업식을 하는 날이 들어 있어 한 해 동안 담임을 맡았던 아이들과 헤어지게 되었다. 그동안 있었던 일들이 잔상으로 길게 남는다.
이럴 때, 담임들은 '시원섭섭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모양이다. 마지막 종례를 하러 가면서 한 해를 어떻게 보냈는지 생각을 떠올려 보았다.
담임을 맡으면서 그 어느 해보다 힘든 한 해를 보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 담임 배정을 받고 보니 여학생반이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지만 정말 걱정이 되었다.
남성으로서 여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여학생반을 맡았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아이들의 말에 철저히 귀를 기울이고 항상 협의하고 타율보다는 자율을 중시하겠다는 결심을 했다.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결심은 많이 흔들렸다.
자율을 중시한다는 것이 방종이나 무관심으로 비춰지게 되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많은 혼란에 빠져들고 있었다. 아이들의 반응은 매우 이중적이기도 했다.밥상을 완전히 차려서 숟가락으로 먹기만 하면 될 정도로 모든 것을 철저히 관리해주기를 바라는 아이들도 있었고, 모든 일을 자신이 생각하고 판단해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주기를 바라는 아이들도 있었다.다양성과 자율성을 중시하는 세상이 되었다고 하지만 교육의 장에서 이걸 실천하기란 너무도 어렵다는 걸 절감했다.
무거움이 온 몸을 감싸는 듯한 느낌으로 교실 문을 들어섰다. 아이들의 표정을 보니 그렇게 밝은 분위기는 아니다.한층 '성숙해졌구나' 하는 대견스러움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담임에 대한 '원망도 많겠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상을 받을 아이들에게 상을 주고,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큰 탈 없이 생활을 잘 해주어 고맙다는 말을 하고 종례를 마쳤다. 교실에서 나오는 길은 안타깝고 쓸쓸했다.
어느 선배 선생님께서 언젠가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선생은 아이들을 보내고 난 뒤 더 외롭다네. 그러나 곧 새로운 아이들을 또 만나게 되니 외로울 시간은 없을 거네."긴 여운이 남는 종례를 선생님들은 종업식날 하게 된다. 이 시간 조금은 외로우실 선생님들께 힘차게 '선생님, 힘 내세요'라고 외쳐보고 싶다.
유병준 교사/남부고등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