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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교단일기]책을 만나는 기쁨..
사회

[교단일기]책을 만나는 기쁨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5/03/10 00:00 수정 2005.03.10 00:00

겨울 방학이 되어 아내는 두 아이를 데리고 경기도에 있는 처형 집에 다니러 갔다 오면서 물금역에 마중을 나오라고 한다.

그래서 기차가 도착하는 시간보다 10분 정도 일찍 역 대합실에서 아내와 아이들을 기다리게 되었다.

오랜만에 역에 와보니 정겨움이 느껴졌다. 10분은 생각보다 긴 시간이었다. 역 안 여기 저기를 기웃거리다 사진으로 물금역의 옛 모습도 보았다. 그런데 역 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책장이었다.

한 귀퉁이에 있는 책장에는 오랜 세월을 느끼게 하는 책들이 꽂혀 있었다. 마침 기차가 10분 정도 연착할 거라는 안내방송이 나와 어떤 책들이 있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책들을 살펴보았다.

경제와 관련된 책에서부터 어린이 책까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어떤 책들은 예전에 누군가에게 소중한 대접을 받았던 흔적이 남아 있기도 하고, 또 어떤 책들은 너무 깨끗해서 한 번도 읽혀지지 않았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책들도 보였다.

아무튼 역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빌려주기 위해 책을 준비한 역의 배려가 고맙다는 생각을 했다.

책장의 책들 중 유난히 눈에 띄는 것은 일본 작가 하이타니 겐지로의 책이었다. 기차가 도착하기까지 내용을 훑어보았다. 그리고 이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기 위해 애를 썼다.

기차가 도착한 후 아내와 아이들을 만났다. 긴 여행이었을텐데도 아이들은 명랑했다. 집에 돌아와 작가의 이름을 잊어버리기 전에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았더니 그 책이 새롭게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라는 제목으로 출판이 되어 있었다.

아내에게 얘기를 했더니 그 책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된 책이라고 한다. 아동용 책이라고 무관심했기 때문에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그 후 아내에게 책을 사 달라고 했더니 개학하고 책이 배달되어 왔다.

쉬는 시간 틈틈이 아껴 읽으면서 책을 읽는 일이 음식을 먹는 일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배가 고파 허겁지겁 음식을 먹으면 그 음식의 맛을 모르고 먹듯이 책을 급하게 읽게 되면 깊이 있는 이해는 물론이고 감동도 오래가지 않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맛 있는 음식을 아껴가며 먹듯이 아껴서 읽는 책은 오래 남는다. 더욱이 사연이 있는 책을 만나게 되면 그 기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요즈음 독서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지고 있는 것을 느낀다. 그렇더라도 책 읽기를 강조하는 것이 무슨 구호를 외치는 것과 같아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들에게 책과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인연을 많이 만들어 주는 것이 어떨까 싶다.

유병준 교사/남부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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