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눈이 온 누리를 새하얗게 뒤덮고 지나간 뒤로 이제는 봄기운이 완연해졌다. 명색이 한국예총 양산지부의 책임자가 되고 보니, 봄을 맞으면서 갖는 희망과 염원도 당연히 지역의 예술과 문화 분야로 치우친다. 그런 점에서 올해 펼쳐질 삽량문화제에 대한 기대 또한 각별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986년에 첫 막을 연 뒤로 그동안 20년에 가까운 연륜을 쌓아온 삽량문화제가 아직도 우리 고장을 대표하는 문화제로서의 면모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은 실로 안타깝기 이를 데 없는 일이다. 이에는 여러 가지 이유와 원인이 있겠지만, 우선 삽량문화제가 양산이라는 지역특색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한 점과 다른 지역 문화제와의 차별성을 갖추는데도 크게 성공하지 못한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겠다. 한 지역의 문화제가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고, 타 지역 사람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이름 그대로의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그 지역의 색깔을 담은 분명한 테마가 있어야 한다.부산의 국제영화제나 자갈치문화관광축제, 거창국제연극제, 진주개천예술제, 춘천마임축제, 부천국제만화축제, 풍기인삼축제, 삿포로눈축제, 브라질의 삼바축제, 프랑스 아비뇽 연극축제 등 국내외적으로 잘 알려진 축제들은 그 나름의 분명한 테마를 가지고 있으며 그 주제에 충실할 뿐만 아니라 축제의 색깔 또한 선명하다. 마침 문화제제전위원회가 올해부터 문화제를 지역 특유의 문화제로 발전시키기 위해 문화제 명칭을 바꾸고 문화제와 체육행사를 분리 개최하는 것을 포함한 여러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다니 반가운 일이기는 하나, 이를 위해 또 다시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연구 용역을 의뢰하겠다는 데는 선뜻 공감이 가지 않는다. 삽량문화제 재정비와 관련해서는 이미 영산대지역발전연구원에 용역을 맡겨 지난해 2월에 연구 결과를 보고받은 바 있다.△축제와 체육행사의 분리
△축제시기 5월로 조정 등
총 6개 안으로 집약되는 연구팀의 제안은 그런대로 참고할만한 가치가 있는 내용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역의 예술계와 문화계, 학계, 시민대표들이 머리를 맞대고 세밀한 부분을 다듬으면 될 것을 가지고 뭣 때문에 또 막대한 예산을 쓰겠다는 건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지금껏 문화제제전위원회는 지역 예술계의 지혜와 의견을 수용하는데 매우 인색했다. 문화제 프로그램 중의 예술부문은 당연히 양산예술의 중심체인 예총 양산지부에 맡겨야 할 것인데도 그동안 제전위원회는 예총에 전혀 참여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 따라서 올해부터는 제전위원회의 문호를 대폭 개방, 기획단계부터 비전문가인 공무원 보다는 예총을 비롯한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민간 문화예술인들과 지역의 학계, 언론계, 산업계 인사들을 두루 참여시켜 지역문화제의 특성화와 활성화를 위한 성공전략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또 축제시기를 5월로 조정하자는 영산대지역발전연구원의 제안도 심도 있게 검토하기를 바란다. 5월은 따뜻한 봄의 계절로 석가탄신일인 음력 사월초파일이 들어있어 이날을 앞뒤로 한 날짜에 문화제 일정을 맞추면, 한국의 3대 사찰 중의 하나로 꼽히는 통도사를 중심으로 형성된 불교문화와 자연스레 접목되면서 문화제를 특성화시키는데도 용이한 일이 될 것이다. 때마침 통도사 일원에 대한 ‘불교문화관광특구’ 추진이 논의되고 있는 중이어서 앞으로 이 일이 성사되고 문화제가 이와 연계된다면 이 무렵에 펼쳐지는 문화제는 매우 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아무튼 양산만의 독특한 특색을 가진 문화축제의 개발이야 말로 미래의 문화도시 양산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우리 모두의 지혜와 슬기를 하나로 모았으면 한다.
조화자 / 한국예총 양산지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