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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교단일기]사회여, 회초리를 들어라..
사회

[교단일기]사회여, 회초리를 들어라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5/03/17 00:00 수정 2005.03.17 00:00

꽃샘 추위가 며칠 기승을 부리더니 이제 고개를 숙인다.

아무리 추위가 기승을 부려도 봄은 올 것이고 우리는 봄 향기를 맡으러 들로 산으로 나설 것이다.  그러나 교단에 부는 강풍은 다가서는 봄과 달리 우리의 마음을 어둡게 만든다.

학교 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경찰과 일진회가 전 학교를 장악한 듯 갑자기 호들갑을 떠는 언론, 그리고 게으르고 무능한 교사가 판치는 교단을 꾸짖는 이 땅의 어른들을 보면서 나는 솔직하게 부끄러움에 앞서 절망을 느낀다.

과연 그러한가? 교사는 무능하고 게으르고 학교는 폭력이 난무하고 있는가?

그 답에 앞서, 먼저 회초리를 들고 자기 종아리를 때려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 학교를 꾸짖고 있는 어른들, 언론들, 경찰들 결국 학교를 향해 화를 내는 모든 사회의 주체가 회초리를 들고 자기 종아리부터 때려야 한다.

사회가 무섭게 변하고 있는 동안 학교의 변화를 애써 눈 감고 있었던 사회의 주체들이 무슨 문제가 생길 때마다 호들갑을 넘어 전쟁을 벌일 듯 흥분하는 모습에 솔직히 나는 아연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 경제가 발전한 만큼 교육에 얼마나 투자를 했으며 사회의 이상이 움직일 때마다 얼마나 빠르게 그 이상이 아이들에게 스며들 수 있도록 노력해 왔는가? 좋은 성적이 지상의 최대 과제이며 명문 대학에 합격하는 것이 교육의 절대선이 아니었는가? 지금 과연 그 생각이 흔들리고 있는가? 절대 아니올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쉴 새 없이 자율학습에 보충! 수업에 학원 강의에 그것도 모자라 고액 과외까지 이 모든 것이 교사의 잘못인가? 아이들의 잘못인가?

교사도 힘들다. 옛날과 달리 학원의 선행 학습을 통해 학기의 절반을 배우고 학습에 기계화된 아이들을 데리고 수업을 진행하면서 또 다시 지식을 강요해야 하는 스스로의 처지가 안쓰럽고 자신의 적성과 소질에 관계 없이 6시간 이상을 앉아 있어야 하는 무능력한 아이들, 일탈을 꿈꾸는 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 난감할 따름이다.

누구보다 먼저 이 사회의 냉혹함과 공부 못 하고 가정 형편이 어려운 자신들의 처지를 잘 아는 아이들에게 입에 발린 훈화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사정이 이러하기에 교육 전반의 시스템을 아이들 쪽으로 바꾸는 대변화를 이루지 않고서 갑자기 학교 폭력을 뿌리 뽑겠다는 언론과 경찰의 외침은 참으로 우습게 들린다.

일진회를 해체시키고 그 아이들을 유치장에 보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말인가? 그럼 그 아이들은 사회의 구성원이 아닌가? 폭력? ?피해자도 가해자도 교사의 입장에서는 모두 동일한 아이들이며 제자들이다.

다시 말하자. 학교 폭력을 단순히 학교에서 일어나는 아이들 간의 폭력으로 바라보지 말자.

물론 일어나서는 안 되는 폭력이 다반사로 일어난다는 것에 대해 교사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더 분발하여 학생을 지도해야겠지만 지금과 같은 교육의 이념, 사회의 이념으로 학교 폭력은 해결되지 않는다.

입시 위주의 교육을 방관하는 사회의 모든 주체들이 먼저 회초리를 들고 자기 종아리를 때리며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해야만 할 것이다.

끝으로 한 마디만 덧붙인다면 그래도 학교는, 아이들은 희망이다.

부정과 부패가 만연한 어른들의 모습에 실망하면서도 올바른 가치를 배우고자 애쓰고 우리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양산여자중학교 / 우동엽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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