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에 '우리'는 말하는 사람이 자기편의 여러 사람을 일컫는 말로, '저희'는 '우리'의 낮춤말로 풀이되어 있다. 이를테면 '우리 학교, 우리 회사'를 상대에게 공손히 낮추어 말하고자 할 때에 '저희 학교, 저희 회사'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라는 말 속에는 말하는 자신 외에 상대방도 포함할 수 있으므로 '저희'라는 표현은 잘 가려서 써야 한다. '저희'라고 할 때는 나와 함께 상대방도 함께 낮추는 꼴이 되기 때문에 말하는 상대가 자기 회사의 구성원이라면, 그가 평사원이든 임원이든 '저희 회사'라고 말하지 않아야 한다. 그렇게 말하는 것은 마치 한 형제끼리 자기 아버지를 가리켜 '저희 아버지'라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 꽤 많이 배웠다고 하는 사람들이 방송에 나와서 '우리나라'를 '저희 나라'라고 말하는 것을 심심찮게 보게 되는데 이는 참으로 민망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같은 한국 사람끼리 얘기하면서 '저희 나라'라고 말하는 것도 말이 안 되는 일이지만, 다른 나라 사람에게 우리나라를 가리켜 '저희 나라'라고 하는 것은 망발 중의 망발이다.모든 국가는 그 땅덩어리가 크든 적든, 인구수가 많든 적든 저마다의 고유한 존엄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나라와 나라 사이에는 높고 낮음이 있을 수 없다. 국립국어연구원에서 낸 [표준화법해설](1992)이란 책을 보면 '나라'를 표현할 때는 언제나 '우리나라'로 쓰도록 해 두었다.그러므로 이제는 우리의 말글살이에서 '저희 나라'라는 말은 아예 지워버려야 할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