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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차한잔의여유]99의 악순환..
사회

[차한잔의여유]99의 악순환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5/03/17 00:00 수정 2005.03.17 00:00

가난하지만 매우 행복한 이발사가 있었다. 그는 왕의 이발사였다. 그는 매일 왕의 머리를 다듬었으며 가진 게 별로 없는 가난한 생활이었지만 늘 행복했다.

얼굴에는 밝은 미소가 넘쳤고 목소리는 늘 맑고 활기가 넘쳤다.

가난은 했지만 아무런 걱정과 염려도 없고, 늘 행복한 그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했다. 왕까지도 그의 행복이 부러워서 그에게 물었다.

'그대가 항상 행복한 비결은 무엇인가? 그대는 항상 즐겁게 지껄이고 있다. 그대는 세상사람 같지가 않다. 무슨 비결이 있는가'

그 가난한 이발사가 대답했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는 비결이라는 말도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그저 행복할 뿐입니다'

그러자 왕은 박식한 신하 한사람을 불렀다. 자신은 왕이면서도 그리 행복하지 않는데, 어떻게 가난한 이발사가 늘 행복할 수 있는지 가르쳐 달라고 했다.

그 신하는 왕에게 이발사는 99의 악순환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가지 실험을 해 보이겠다면서 황금 99냥이 담긴 주머니를 이발사의 집에 던져 놓겠다고 했다.

그 다음날 그 이발사는 엉망이었다. 그는 하루 밤을 뜬눈으로 지낸 것이다. 주머니 안의 황금을 세어 보고 또 세어 보았다. 그것은 99냥이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피가 달아올랐다. 또다시 일어나 황금을 다시 세어보았다. 여지껏 그렇게 많은 황금을 세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99였다. 99를 갖게 되면 항상 그것이 100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황금 한 냥을 얻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했다.

그러나 그가 황금 한 냥 만든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하루종일 아무리 이발을 해도 엽전 몇 닢만 벌뿐  황금 한 냥을 채운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처럼 여겨졌다.

예전에는 이발하면서 번 엽전 몇 푼이 행복했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황금 한 냥을 채울 것인가 하는 생각에 웃음을 잃어버렸고 얼굴엔 근심이 끼었다.

이젠 더 이상 행복한 이발사가 아니었다. 황금 99냥, 그것만으로도 그에게는 엄청난 것이었다. 그러나 시림의 마음은 어리석은 것이어서 그것만 가지고는 만족하지 못한다.

행복할 수 있는 충분한 이유들이 있는데 99의 악순환에 빠져 불행해하는 경우가 있다. 행복은 채우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만족하는데 있다.

채우기에 급급하기보다는 모자라더라도 현실의 행복한 이유를 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는 이미 99냥의 황금을 잡고 있는 지도 모른다.

박인서 목사 / 웅산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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