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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이 자리는 내 자리다"
사회

"이 자리는 내 자리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5/03/24 00:00 수정 2005.03.24 00:00

아침 햇살이 살포시 솟아오르는 이른 아침. 소맷자락을 스며드는 양산천 강바람이 유난히도 차갑다는 느낌에 새삼 옷깃을 여민다.

여기는 교동사거리, 사통팔달의 사거리지만 인근의 아파트 주거지역과 학교, 회사 등 집단생활지역이라 아침저녁으로 매우 혼잡한 곳이다.

오늘 아침에도 어김없이 그는 나와 있었다. 자신이 아니면 큰일이라도 벌어질세라 날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이곳에 나와 교통지도를 하고 있는 그는 누구인가?

그는 바로 양산여자중학교 류성춘 교사다. 학생들에게는 '배추쌤'이라고 불리는 류 교사는 매일 아침 7시 20분부터 8시 20분까지 교동 사거리 횡단보도 앞으로 바로 출근하여 특유의 개량한복차림에 손에는 흰 장갑을 끼고 빨간 신호등을 휘두르며 교통지도를 하고 있다.

'오늘도 이 자리는 내가 아니면 누가 지킬까?'

오직 이 일대를 지나다니는 시민들과 제자들의 안전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아침마다 자동차가 뿜어내는 매캐한 연기를 마시기를 마다않는 류성춘 교사. 

양산경찰서가 설치해 놓은 신호등과 횡단보도가 있고, 더욱이 차량 혼잡과 횡단보도 이용객들이 많은 아침 출근시간에는 모범운전자회 회원들이 교통지도를 하고 있건만 류 교사는 그래도 안심이 안 되는 듯, 오늘도 교동 사거리 횡단보도를 지키고 있다.

출근인파와 등교길 학생수가 뜸해 질 무렵이 되어서야 종종 걸음으로 학교를 향하는 류 교사의 제자 사랑도 남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복장이나 두발 따위의 소소한 것에서부터 제자들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려는 애살스러움은 학교 안팎에 두루 알려져 있다.

"처음 이 자리에 설 때는 지나치는 사람들이 모두 나만 쳐다보는 것 같아 다소 어색하기도 했지만, 어느새 몇 년의 세월이 흐르고 보니 이제는 '내가 아니면 이 교동 사거리를 누가 지킬 가 싶은 마음에 은근히 자부심까지 들 정도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미소를 짓는 류 교사는 "이 거리를 지나다니는 시민 모두가 양보하는 마음으로 질서를 지키고 근무자들의 수신호에 따르면 원활한 차량 소통은 물론이고 애써 이곳에서 수고하는 근무자들도 한결 기분이 좋아질 것"이라며 "앞으로도 날마다 이 자리를 지키겠다."는 다짐을 했다.

<백영진 / 시민기자·양산경찰서 모범운전자회 감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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