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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새로운 인구정책을 보며
사회

새로운 인구정책을 보며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5/05/04 00:00 수정 2005.05.04 00:00

자식 많이 둔 것이 흉이 되던 시절이 있었다.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무작스럽기 짝이 없는 표어를 내세워 백성들의 아이 낳는 것까지를 참견하던 그런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

그랬지만 땅덩어리가 좁고 인구밀도는 높은 이 나라의 백성들은 정부가 밀어붙이는 산아제한정책을 한 마디 군소리도 없이 순순히 따랐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산아제한 즉, 인구억제정책은 처음에는 '많이 낳아 고생 말고, 적게 낳아 잘 키우자'며 주로 너무 많이 낳지는 말자는 투로 나가다가 70년대에는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면서 둘까지는 봐주겠더니 80년대에 들어서면서는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이라고 호들갑을 떨며 숫제 하나만 낳고 말라는 정책으로 나갔다.

그러나 그로부터 4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오늘에 이르러서는 오히려 우리나라의 인구가 부족해진다고 '한 자녀 더 낳기'를 권장해야 될 지경이 되었으니, 당시 나라의 정책을 입안하던 사람들의 안목을 알만하다.  

사실 국가가 팔을 걷어붙이고 시행했던 강압적인 산아 제한 정책은 우리나라를 낙태 천국으로 만들었으며 낙태를 피하기 위한 인공피임법의 보급은 성의 문란을 불러와 인명 경시 풍조를 가져오는 결과를 낳았다.

이런 가운데 한 생명이 세상에 태어나는 오묘한 섭리조차 인간이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다는 경박한 생각이 만연하면서, 아이 낳아 기르는 일은 귀찮고 성가신 일이 되어버리고 저마다 돈벌고 출세하는 일에만 매달렸다.

그러니 가정의 중요성 따위는 늘 우선순위의 뒷전에 밀렸었을 수밖에….
그 결과로 부모와 자식사이에는 의사소통이 단절되고, 이것은 다시 부부 갈등과 이혼으로 이어지면서 가정해체 등의 문제로 번져나갔던 것이다. 

일찍이 '데이비드 오 멕케이'라는 한 선지자는 "세상에서의 어떠한 성공도 가정에서의 실패를 보상할 수 없다"고 충고한바 있다. 비단 이 말이 아니더라도 그동안 부모들이 가정의 울타리 밖에서 성공과 출세를 좇고 있는 동안에 이 땅의 아들딸들은 무관심이라는 늪 속에 외롭게 방치되어 오지 않았던가.

정부가 '저출산을 내버려 두면 국가의 미래도 없다'는 절박한 인식 아래 뒤늦게나마 '출산장려'로 인구정책을 급선회했다고 하지만, 이는 단순히 출산수를 늘리자는 데 초점을 맞춘 '인구정책'이라는 점에서 출생수를 줄이자던 과거의 인국억재정책과 그 본질에서는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출생수를 조정하는 인구정책에 앞서 먼저 고민되어야 할 문제는 가정이라는 성(城)을 견고하게 쌓는 일이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도 출산수에만 집착하는 인구정책에 그칠 것이 아니라 가정의 존엄성과 중요성을 회복하는데 맞추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가 비록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국력을 드높인다한들 그러는 사이에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자녀들의 마음이 찢겨지고 가정의 평화가 깨어져 버린다면, 기껏 이루어 놓은 성장과 업적이 다 무슨 소용이 있으랴.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 이는 '가정의 달'에만 잠시 생각해 보고 곧장 내팽개쳐도 괜찮을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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