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등급제 등 경쟁 위주의 교육환경에 분기탱천해 촛불시위를 벌였던 고교생들이 또 다시 머리카락(두발)길이와 모양을 간섭하고 있는 족쇄를 풀라며 촛불을 들겠단다. 이번에는 시위가 아닌 거리축제를 벌이겠다고 한다. 이처럼 고교생들이 잇따라 집단행동을 벌이는 것을 두고 학교와 교육정책 당국이 안절부절못하고 있지만, 따져보면 학생들의 움직임을 그다지 별스럽게 볼 일이 아니다.우리 사회가 그동안 청소년, 그중에서도 특히 고교생들에게 가한 압박이 어떠했으며 그들의 인권을 유린했던 일이 얼마였던가.학생들이 들고 나온 주장은 고작 '두발제한폐지'에 지나지 않지만, 학생들에 대한 '두발제한'은 어디까지나 지금껏 이루어져온 학생인권훼손 사례의 한 상징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 '두발제한'은 '교복자율화' 바람과 함께 명문규정으로는 사라진지 이미 오래 되었다. 그럼에도 머리카락의 길이와 모양에 대한 제약은 여전히 살아 있는 엄연한 현실이다. 이는 교사를 포함한 어른들의 청소년을 바라보는 시각이 얼마나 전근대적인가를 보여주는 한 증표다. 어른들은 지난날 자기들이 치뤘던 갖은 압박과 굴욕을 떠올리며, 거리로 나서는 아이들의 행동을 '호강에 바친 짓'이라고 생각할런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그게 아니다. 지금의 어른들에게 지나간 세월이 힘들고 고달팠다면, 오늘의 아이들에게도 현실은 답답하고 버겁다. 더욱이 날카롭게 날이 서 있는 경쟁구도는 지난날의 그것에 비길 바가 아니다. 시시때때로 변덕을 부리는 대입제도를 따라가는 것도 숨이 턱에 찰 일인데 갖은 규제와 제한으로 옴짝달싹못하게 한다면 그들의 삶이 얼마나 팍팍할까를 한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최소한 어른들의 입맛에 맞춰 아이들의 행동을 옥죄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인권'은 어른의 전유물이 아니다. "학생 인권을 보장하라!"는 학생들의 외침을 흰눈으로 흘겨만 볼 것이 아니라 학교 안의 인권상황을 살펴보고 그릇된 것을 바로잡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획일화 되고 규격화 된 모습을 강요하는 것은 과거 군사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규제와 단속보다는 학생들이 스스로의 삶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자율을 허락해야 한다. 거리로 나서는 아이들을 부추길 일은 아니라 하더라도, 이참에 어른들이라면 한사코 받아들이지 않을 일을 우리 아이들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